朴 대통령 "피터팬 증후권 없도록 하겠다"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중견기업인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열린 오찬 간담회에 빨간색 재킷을 입고 등장했다. 지난달 14일 관광진흥확대회의에 입고 나와 “열정을 불어넣기 위한 `투자활성화 복(服)`”이라고 했던 바로 그 옷이었다. 박 대통령은 패션에 담긴 메시지에 걸맞게 중견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실질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오찬은 전날 10대그룹 총수를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한 데 이어 올해 후반기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경제 현장의 기업인을 독려하는 두 번째 자리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중견기업이 되면 중소기업 때 받던 혜택이 사라져 중견기업이 되기를 기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순간, 77개에 달하는 정부 지원이 없어지거나 줄어들고 20개의 새로운 규제가 적용된다”며 “중견 기업으로 성장하기보다는 중소기업에 안주하려는 피터팬 증후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커나갈 수 있도록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R&D, 세제 등 꼭 필요한 지원은 계속해 기업 부담이 갑작스럽게 늘어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견기업이 창조경제 실현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것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중견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유연한 조직과 개방적 기업 문화를 갖고 벤처기업에 비해 연구개발(R&D)이나 네트워크, 해외 진출 노하우 등에서 우수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중견 기업만의 장점을 잘 살려 중견기업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면 창조경제와 경제 활성화에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곧 오픈할 예정인 창조경제 사이트에 중견기업의 활발한 참여도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민간의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제도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노력하고 이른 시일 내에 창조경제 사이트를 오픈해 다양한 잠재력이 있는 한국의 끼와 아이디어를 찾아낼 것”이라며 “중견기업에서도 많은 조언을 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중소·중견기업의 견실한 성장에 힘입어 통일 후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거듭난 독일을 예로 들고 “우리 중견기업도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혁신 주체와 교류를 확대하고, 창의적 제품을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면 전문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격려했다.

오찬에는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 등 중견기업 회장단 30명이 참석했으며 정부에서는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한정화 중소기업청장 등이 동석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