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기본이 돼야 할 인터넷 순위조사에서 허위 트래픽을 통한 조작이 벌어지고 있다. 편법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쇼핑몰 한 관계자는 “통상 회사 마케팅조직은 방문자수 확대와 유지에 몰입하고 영업조직은 실제 매출 확대에 관심을 둔다”며 “마케팅 조직은 실제 매출과 무관하더라도 방문자수를 늘리고, 회사 사이트의 노출도 확대에만 집중한다”고 말했다.
회사 매출이나 이익과 큰 연관성이 없더라도 방문자수 증가는 그 자체가 홍보 수단이 된다. `방문자수 1위 사이트`라거나 `업계 1위의 쇼핑몰`이라는 이미지는 잠재적 고객들을 유입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이유로 인위적 트래픽 유도, 악성코드나 알바생을 이용한 사이트 순위조작 등이 이뤄진다. 랭키닷컴의 경우 UV 조사에서 1대의 PC에서 대용량 유입이 들어오는 것은 1건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PC를 바꿔 특정 사이트를 단기간내 집중 방문해도 이는 모두 카운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사업체에 순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도 필터링 방식은 내부 보안이라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며 “경쟁사가 편법으로 트래픽을 늘리면 유사 맞대응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고 했다.
편법이 난무하는 온라인 순위조작에 대해 필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강력한 법적 규제를 만들자는 사람도 있지만 이 역시 자율성이 강조되는 온라인산업의 특성상 맞지 않아 보인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인터넷 공식 집계 데이터를 공표하는 것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일부에서는 편법과 조작 사례를 공개하고 건전한 방문자수 유발과의 차이를 가이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 한 임원은 “업계가 공동으로 `클린 인터넷` 참여를 선포하는 등 자정 노력이 가장 시급해 보인다”며 “직접 개입은 아니더라도 정부 등 공적기구에서 실태 파악과 업계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만 편법이 난무하는 인터넷 순위 조작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쇼핑 업계 실무자 몇몇이 모여 편법 대응을 자제하자는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각 사별 입장 차이가 커 합의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