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충남 아산에 짓고 있는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용 신공장(일명 A3) 가동이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향후 TV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시황을 아직 예측하기 힘든데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컸던 장비 업계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대표 김기남)는 A3 라인의 용도와 투자 규모를 조만간 확정하고 설비 발주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최근 시기를 몇 달 더 늦추기로 했다.
이에 따라 A3 공장의 설비 반입과 생산 제품 확정 시기도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A3 라인은 AM OLED 패널 수요가 늘어나고 후발 주자들이 기술 개발에 착수하자, 삼성디스플레이가 격차를 벌이기 위해 투자한 공장이다. 지난 2011년 부지를 정비하고 지난해 초 투자 규모를 확정하면서 공사가 시작됐다.
건물 공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시장과 기술 변화에 따라 몇 차례나 투자 계획이 변경된 바 있다. A3 라인은 당초 일반 5.5세대(1300㎜×1500㎜) AM OLED 생산을 위해 기획됐다. 당시에는 레이저를 이용한 LITI(레이저 열전사 방식) 기술 적용 가능성이 높았다. 이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플렉시블 전용 공장으로 구축을 검토했다. TV와 모바일 수요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6세대(1500㎜×1850㎜) 일반 라인을 먼저 투자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2분기 들어 갤럭시S4 수요로 기존 5.5세대(1300㎜×1500㎜) AM OLED 공장인 A2의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지난 달까지 투자 계획을 확정하려 했다. 6세대 라인은 55인치 TV용 패널 두 대, 모바일용 패널은 수십대씩 각각 생산할 수 있는 크기다.
그러나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다시 한번 결정을 연기했다. TV 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모바일용 패널 수요도 더 이상 크게 증가하지 않는 시장 상황으로 인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수요 향방을 아직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도 연기 결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A3 외관 자체는 거의 완공한 상태다.
장비 업계는 당분간 투자 가뭄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상황이다. 1단계 투자(Phase 1)가 소규모라고 해도 6세대 설비가 처음인데다, 저온폴리실리콘(LTPS) 기판 투자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투자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됐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발주에서 납기까지 기간이 줄어든 상태라 미리 어느 정도 준비는 해 둬야 한다”며 “단순한 연기가 아니라 계속 지연시키다 보면 방향 자체도 달라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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