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는 `꿈꾸는 사회, 꿈이 있는 사회`다"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기술과 인문 융합.`

지난 수년 사이 우리 사회에서 확산된 화두 중 하나다. 하지만 아쉽게도 실체는 분명치 않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체를 모른다는 게 맞는 표현이다. 누구나 기술·인문 융합의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아직은 접근 방식 측면에서 시행 착오를 겪는 과정에 놓여있다. 어찌보면 새 정부 출범 이후 논란이 계속되는 창조경제와 닮았다.

"창조경제는 `꿈꾸는 사회, 꿈이 있는 사회`다"

이남식 기술인문융합창작소장(계원예술대 총장)은 복잡하고도 미묘한 기술·인문 융합의 답을 `사람`에게서 찾았다. 우문현답이다.

“소비자 설문 조사를 해보면 답변에서 밝힌 선호 색상과 실제로 옷을 구매할 때 찾는 색상이 다릅니다. 제3자 관점에서 소비자를 관찰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것들을 공감하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입니다.”

과거 연구개발(R&D)에서는 공급자가 이해하고, 원하는 것을 만들었는 데 나중에 결과를 보면 많은 사람이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인문학은 결국 휴먼컨디션, 즉 인간다움을 연구하는 것”이라며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 것은 앞으로 미래 연구자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이라고 꼽았다.

이 소장은 하나의 예로 세종대왕의 자격루 개발 배경을 들었다. 당시 궁궐에서 쓰이던 물시계는 관리자가 한밤 중에 이를 지켜보다가 시각을 알려야 했는데 실수로 늦으면 벌을 받았다.

“한밤에 일하는 것도 힘든데 곤장까지 맞아야 하니 얼마나 불쌍합니까. 그래서 이를 개선하려고 자동으로 시각을 알려주는 자격루를 만든 것입니다. 개발 동기 자체가 `사람에 대한 사랑`인 것이죠.”

그래도 아직 모호하다. 기술과 인문을 융합한다고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 소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융합 연구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은 사람과 가치 창출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탓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고민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분야와 융합하는 방법을 찾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저 무엇이든 섞으면 잘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법”이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TV 디스플레이를 사례로 들며 부가가치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례로 TV 디스플레이에서 대형화, 고화질화 등 기술 중심의 발전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부가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스마트TV처럼 수많은 비즈니스를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것을 한발 앞서 시도해야 합니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중국 제조사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중저가 스마트폰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포스트 스마트폰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 전화기가 발명된 지 10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귀에 대고 통화하는 상황에서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경험을 주는 커뮤니케이션 툴 개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우리가 남을 따라가는 것뿐 아니라 한발 앞서 개념을 만들고 사업화해야 한다”며 “기존 R&D 방향과는 전혀 다른 사고 체계와 사업화 방식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창의적인 교육이다. 미래 인재들에게 기초 교육을 확실히 제공하고, 이들이 실제 현장에 투입됐을 때 기초 역량을 결합해 통합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이 요구된다. 융합 시대를 맞아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상호 존중이라는 일종의 `예절`을 학생들에게 인식시키는 것도 필수적이다.

이 소장은 융합형 인재와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으로 `인사이트(Insight)`와 `포어사이트(Foresight)`도 언급했다. 흐름을 읽고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나아갈 바를 예측해 앞서 나갈 수 있는 예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과거 대한민국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 머무르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경제적인 부가가치로 환원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남식 소장이 말하는 창조경제

“창조경제는 `꿈꾸는 사회, 꿈이 있는 사회`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다양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그 꿈이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전 인류를 위한 꿈이 되면 더욱 좋겠다. 기후 문제가 좋은 예가 될 것 같다. 창조경제가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는 기후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남식 소장은…기술인문융합창작소장과 계원예술대 총장을 겸임 중이다. 서울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수학한 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한성대 시스템공학부 교수 등으로 활동했다. 대학에서 바이오사이언스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산업공학을 공부했다. 국제디자인대학원(IDAS) 부총장을 거쳐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전주대학교 9~11대 총장을 역임하고 2011년 8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으로 재임했다. 국제미래학회장,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도 맡는 등 폭넓은 분야에서 의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