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세상이 들썩인다. 많은 기업이 빅데이터 도입과 활용을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다. 심지어 종편채널의 한 오락프로그램에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분석 결과를 소재로 사용할 정도로 빅데이터는 19세기 산업혁명과 20세기 정보혁명 이후 제3의 혁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데이터 시각화(data visualization)`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발굴된 정보와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쉽고 빠르게 데이터 분석 기능까지 제공한다. 빅데이터 부상과 함께 중요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데이터 시각화 기술을 잘 활용하는 곳이 P&G(Procter&Gamble)다. 올 초 P&G 본사를 방문해 그 적용 사례를 살펴봤다. P&G는 추신수 선수가 활약하는 레즈 구단이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시에 있다. 비누, 샴푸, 칫솔, 기저귀 등 다양한 종류의 소비재를 제조,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75개국에 운영 조직을 갖고 있으며 180개 국가에서 제품판매, 약 300개의 소비재 브랜드를 갖고 있다. 상위 50개 브랜드가 매출 90%를 차지하는 등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치열한 경쟁상황에서는 `데이터 분석`으로 실시간 의사결정을 한다. P&G 내에는 기업의 분석 서비스를 지원하며 자체 수익구조를 가진 GBS(Global Business Service)라는 조직이 있다. 이 조직은 밥 맥도널드 P&G 회장이 강조한 `디지털 혁신(Going Digital)` 방침에 힘입어 데이터 시각화 콘퍼런스 룸인 `비즈니스 스피어(Business Sphere)`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는 전 세계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분석한 자료를 각 브랜드 사업부에 제공한다.
비즈니스 스피어 내부에는 럭비공 형태의 벽면에 와이드 스크린 3개가 연결된 화면이 양쪽에 투영되는 구조로 구성돼 있다. 현지법인이 나가 있는 50여 개국에도 비슷한 형태로 설치돼 있다. 대형 LCD 모니터에서 제공되는 시각화 콘텐츠는 각국에서 실시간 취합한 자료뿐 아니라 경쟁사 및 시장 상황과 관련된 외부 자료도 취합해 지속적으로 갱신된다. 또 현상의 원인을 발굴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구성돼 있다.
P&G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시각화는 기본적으로 현상(what)을 실시간으로 인지해 그 원인(why)을 신속히 발굴하고, 미래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시뮬레이션(how) 적용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또 이것이 비즈니스 스피어에서 진행되는 회의에서 즉각 수행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이 같은 프로세스가 가능한 것은 분석에 기반을 두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영문화, 데이터 제공과 전문화된 기술을 제공하는 협력업체 등의 생태계가 체계적으로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맥도널드 P&G 회장은 미국 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 출신으로, 디지털 경영 요소로 시스템, 프로세스, 정보의 표준화 및 자동화, 그와 관련된 제반사항의 가속화를 강조하며 전략의 시뮬레이션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이러한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선 데이터 시각화 및 내재화된 고급분석이 필요했다.
국내 기업들도 단순 빅데이터 분석 기술 도입에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데이터의 지속적인 갱신과 실제 의사결정에 적용하기 위한 다양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 또 서비스의 정확성, 신뢰성 및 참신함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 데이터 제공자와의 협력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빅데이터 도입을 고민하는 많은 국내 기업이 P&G의 비즈니스 스피어 사례를 벤치마킹해 보기를 권한다.
최대우 한국외대 통계학과 교수 daewoo.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