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에선 흥미로운 강연이 있었다. `천재 로봇 공학자`로 불리는 데니스 홍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수가 로봇 관련 특별강연을 했다. 강연 주제가 다름아닌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운전하는 세상`이었다. 홍 교수는 로봇 기술을 응용해 자율주행차와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한 스토리를 감동적으로 들려줬다. 대강당을 가득 메운 수백명의 현대기아차 임직원이 홍 교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경청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대·기아차 측에선 통상적인 강연일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로봇 공학자가 자동차 이야기를 한 것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스마트카 기술력 확보에 적극 나선 현실을 감안하면 단순한 강연이라고만 여기기는 어려웠다. 이날 강연에서 현대·기아차 임직원들이 가장 큰 박수를 보낸 것은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 스토리였다. 스마트카 기술을 활용하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도 직접 운전대를 잡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말에 가장 큰 박수가 쏟아졌다. 그만큼 감동이 일었다는 뜻이다.
이런 강연을 들은 경험은 서서히 현대·기아차 임직원 마음속에 스며들 것이 분명하다. 졸던 직원이 일어나 뜨거운 박수를 치는 모습에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스마트카에 대한 믿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동차에서 전장시스템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 정도는 됐으리라고 본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다보면 큰 조직도 어느 순간 움직이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남양연구소 내에 제어개발전략팀을 신설하는 등 전장화 추세에 대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나서 선진 업체와의 기술격차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기아차 최고경영층이 스마트카 중요성을 인식하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고위층 움직임만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현대·기아차 임직원 전체가 자동차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하다. 그것이 현재의 작은 기득권을 넘는 것이라면 더욱 좋다.
전자산업부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