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제정된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이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시행되기도 전에 법 자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전자신문이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에서 주최한 `글로벌 소재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화평법이 여러 산업 진흥정책과 정면충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보완정책을 만들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관련기사 4면
전문가들은 화평법이 시장을 선도하는 신기술 개발로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정부 창조경제 기조와 부딪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업 비밀 유출을 우려하는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중견중소 소재기업까지도 화평법을 비판하고 나섰다. 시행령에서 완화된다고 해도 등록제도 자체가 연구개발(R&D)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사장은 “취지는 좋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R&D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일례로 액정을 국산화하는데 새로 만들 때 마다 6개월씩 기다려야 한다면 국산화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또 “고객사에 내는 샘플이 1000개 이상인데 비용과 개발기간 모두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수출` 개념도 다른 정책과 부딪힌다. 삼성과 LG 등 국내 대기업에 공급하는 대부분의 소재는 수출용으로 분류된다. 최종 제품이 수출용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화평법에서는 전량 수출 물량은 면제지만, 여기에서 수출이란 국외로 나가는 경우를 말한다. 과세 면에서 본다면 수출이지만 화평법에서는 수출이 아닌 문제가 발생한다.
부정경쟁 방지법과도 충돌한다. 기업에 화학물질 생산량이나 수입량은 영업 비밀에 해당하지만 사용자 등이 요청하면 이를 공개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도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중국 등 후발주자를 경계해야 하는 기업에는 더욱 치명적이다.
기존 법에서도 개념이 부딪혔으나 소량 면제 조항으로 해결했다. 개정된 화평법은 소량 면제 자체가 사라져 업계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조진욱 솔브레인 사장은 “생산량뿐만 아니라 용도까지도 영업비밀에 해당하는데 이것이 해외 경쟁사에 유리한 정보가 될 수 있다”며 “비밀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희철 동우화인켐 부회장은 “시행령에서 보완하는데 상당한 한계가 있는 만큼 법 개정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율 천보화학 사장은 “그동안 중소기업은 워낙 비용이 많이 들어가니까 1차 업체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이를 다시 재등록하려면 중소기업은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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