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삼성식 생태계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애플과 구글이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SW) 중심의 생태계 전략을 펼치는 것과 달리 각종 정보기기가 연동되는 하드웨어(HW) 생태계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과 스마트TV를 허브로 삼아 다양한 기기가 연결되는 차세대 커넥티드 정보기기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전략이다.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도 가장 경쟁력 있는 HW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4일(이하 현지시각)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 `IFA 2013` 개막에 앞서 개최한 `삼성 모바일 언팩` 행사에서 웨어러블 PC인 `갤럭시 기어`를 공개했다.
갤럭시 기어는 갤럭시노트3와 블루투스로 연동해 작동한다.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전화` 기능과 빌트인 스피커로 음성을 인식하는 `S보이스`로 일정과 알람 세팅, 날씨 확인 등을 음성으로 제어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기어를 `스마트 컴패니언(동반자) 제품`이라고 부르며 앞으로 다양한 스마트폰 기반 웨어러블 PC 제품 출시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종균 삼성전자 IM사업부문 사장은 “갤럭시 기어는 그냥 멋진 디바이스가 아니고 갤럭시노트3와 결합해 하나의 패션 아이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갤럭시S4 출시 당시에도 체중계, 밴드 등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이번 IFA 2013에서는 스마트폰과 스마트TV를 활용한 `스마트 홈`도 선보인다. `스마트가전 통합 앱`으로 구현하는 것으로 가정에 있는 삼성 스마트 제품의 상태를 한눈에 확인하고 통제한다.
삼성전자의 HW 생태계 전략은 애플·구글 등 경쟁사가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소비자의 로열티를 높이고 신제품 소비를 촉진하는 이른바 `가두리(walled garden) 전략`에 맞서기 위한 카드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가장 경쟁력 있는 HW를 중심으로 소비자를 `삼성 왕국`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주변기기 시장이 스마트폰 시장 규모를 능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동시에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에 다른 전자업체도 스마트폰을 허브로 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맞대응에 나섰다.
LG전자는 IFA 2013에서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가전을 대거 출품한다. 근거리무선통신(NFC)·와이파이 등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한다.
NFC 광파오븐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원하는 요리 메뉴를 선택 후 스마트폰을 오븐에 갖다 대면 별도의 조작 없이 조리시간 및 온도를 자동으로 설정해 요리한다. 세탁기는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를 통해 외부에서 제어 및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식료품 목록, 보관기간 등을 스마트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로봇청소기 로보킹은 리모컨 없이도 스마트폰으로 작동할 수 있다.
소니는 이날 베를린 IFA 행사장에서 개최한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신개념 렌즈 스타일 카메라를 공개했다. 일반 디지털카메라 앞부분에 있는 렌즈만 잘라낸 모습이다.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로 연결해 원격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단순히 원격 촬영 기능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의 카메라 성능을 최고급 제품 수준으로 올려준다.
중국 등 후발기업에도 스마트폰 연동형 주변기기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미 올 하반기에 중국에서 출시하는 웨어러블 기기만 10개 이상으로 확인된다. 중국 스마트폰업체인 샤오미는 스마트 신발인 `샤오미 스마트 슈즈`를 연내 출시한다. 스마트폰과 연동해 도보량, 심박수 등을 기록해 운동방법을 제시한다.
김준배·김시소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