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본 창조경제…브래들리 벅월터 ADT캡스코리아 사장

[창간 31주년 특집]창조, 사람에게 묻다

“정치인이 말하는 `창조경제`가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사실 기업인에게 창조경제는 기본입니다. 매일 혁신하고 새롭게 개발하는 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침체된 경제 속에서 통치자들이 새로운 관리 컨셉트로 인정한 게 창조경제입니다.”

외국인이 본 창조경제…브래들리 벅월터 ADT캡스코리아 사장

브래들리 벅월터 ADT캡스코리아 사장은 현 정부가 기조로 삼고 있는 창조경제를 `기본`이라고 지적했다. 벅월터 사장은 최근 정부가 지향하는 방향성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짚었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얼마 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영세 보안업체 사장이 자본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봤다”며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부가 지원하는 과제에 선정돼 개발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혁신 과제 지원금은 늘 투자되고 있지만 예산이 초과돼 실현 불가능한 상황을 막으려면 우선순위를 정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벅월터 사장은 주한외국기업상공회의소(AMCHAM) 거버너(Governer)로도 활동하고 있다. 거버너는 외국 기업의 국내 기업 활동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단가결정, 노사문제, 문화차이 등 전반적인 문제를 지원한다.

“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실제로 사업하기 좋은 나라입니다. 속도도 빠르고 결과도 잘 나옵니다. 실적으로 비교하면 한국 기업의 성과는 선두권입니다. 사업가에게 합리적이고 투명한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 사실 10년 전까지는 노동 시장의 어려움을 예로 들었겠지만 중국, 베트남으로 아웃소싱이 잘 되면서 좋아졌다고 봅니다.”

벅월터 사장 자신도 7년 전까지는 ADT캡스에서 노사분규를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지만 지속적으로 직원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에서 20년을 체류한 벅월터 사장은 국내 네트워크가 두터운 편이다. 한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그는 사업상 어려움에 봉착해도 KOTRA 등 정부 및 관련 기관에 문의하면 공무원들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줘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불안한 남북관계가 한국 투자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말에 “미국에서 CNN을 시청하는 사람들만 그렇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인지가 곧 현실이 된다는 말도 있듯 남북관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다만 한국문화가 너무 강해서 적응기간을 3년까지는 생각하고 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창조경제 융성에서 한국 환경이 아쉬운 것은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벅월터 사장은 한국에서 인터넷 업계의 페이스북이나 하드웨어 업계의 애플이 등장하지 못하는 이유로 이 점을 들며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는 성공하는 제품이 하나 나오려면 그 전까지 열 개의 비슷한 시도와 실패가 존재합니다. 모험과 실패를 인정하는 정도가 아니라 `모험을 해야 한다`는 진취적 정신이 있습니다.”

그는 “학습 능력으로는 한국 학생이 세계 최고지만 창조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이를 해결하도록 어려서부터 창조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정부 기조와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벅월터 사장은 ADT캡스코리아 사장으로 취임 후 사내 시스템에 `제품전략회의`를 새롭게 만들었다. 분기에 한 번씩 임원을 포함한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어떤 프로젝트로 어떻게 연구를 할 것인지 논의한다. 직책에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이 규칙이기 때문에 더 나은 아이디어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제품 개발에서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이 나올 확률은 당연히 0%”라며 “부족한 점이 발견된 것을 질책하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올바른 제품을 만들어 보자는 게 ADT캡스의 운영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벅월터 사장은 “한국 특유의 회장님 문화는 더 이상 창조경제와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브래들리 벅월터 대표는

벅월터 대표는 올해로 한국생활 23년째다. 1983년 대학시절 한국으로 해외 봉사활동을 왔던 것이 인연이다. 1991년 엘리베이터 기업 오티스가 한국에 진출할 때 내부에서 `한국통`으로 알려진 그는 자연스럽게 오티스 한국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발탁됐고 이후 대표를 지냈다. 2010년부터는 보안기업 ADT캡스코리아의 대표로 자리를 옮겨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