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전자신문 성현희 기자
△임미숙 KT 상무(50대)
1963년생. 대학과 대학원에서 전산학 전공. KT에 21년째 근무 중. 현재 창의경영센터장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 및 발전을 위한 이노베이션 파이프라인 구축 업무를 담당. 경력 26년차.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과장(40대)
1966년생. 대학에서 영문학 전공. 정보통신부 최초 여성 공채 사무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화전략국 인터넷정책과장. 경력 18년차.
△정지현 SAP코리아 부장(30대)
1975년생. 대학에서 경영학 전공.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액센추어를 거쳐 SAP코리아에서 인력 육성에 대한 컨설팅 및 교육을 담당. 경력 16년차.
△장혜진 티베로 연구원(20대)
1986년생. 대학에서 컴퓨터공학 전공. 첫 직장으로 티베로에 입사. 티베로에서 티베로 제품과 프로싱크 제품의 웹 어드민 개발을 담당. 경력 3개월차.
네덜란드는 여성 경제 활동참가율을 지난 1990년 53%에서 2012년 70%까지 끌어올렸다. 1인당 국민 소득이 갑절 이상 뛰었다. `우머노믹스`를 실현하기 위한 여성 일자리 확대가 경제 성장을 위한 선결 과제임을 증명해준 대표 사례다.
우리나라는 올해 최초로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 시대에 여성 경제인들이 많은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실제 ICT분야 여성경제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창조경제를 어떻게 체감하고 있는지, 어떤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지, 어떤 기회와 도전을 기대하는지 등 다양한 내용으로 이야기 나눴다.
이들은 더 이상 여성의 `유리천장`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예전처럼 성공하기 위해 `여성성`을 버리고 남자처럼 행동할 필요도 없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제 시대에는 오히려 여성성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는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해 경력 단절이 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박근혜 대통령은 창조 경제에 여성 경제인들의 섬세함과 소통능력 등이 경제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창조경제에 걸맞은 여성인재란.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과장=여성은 자기가 성장해온 가정과 문화를 떠나 새로운 환경으로 시집을 가서 서로 다른 문화를 융합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융합에 유리한 DNA를 갖고 있다고 본다. 여성의 융합능력이 창조경제에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창조경제는 관리와 통제의 리더십이 아닌 감성과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강점을 가진 여성인재라면 주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임미숙 KT 상무=KT 전체 팀장 가운데 6%가 여성이다. 굉장히 여성스럽고 일도 잘한다. 이제는 누가 일을 잘하느냐 못하느냐로 판단하지,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진 않는다. 더 이상 여성성을 버리고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 창조경제 시대에는 여성성을 충분히 발휘해야 한다.
◇ICT 분야는 유독 여성 참여율이 적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ICT 전문가 및 기술직 종사자의 여성인력 비중이 16%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 및 영상 등 현장직을 제외하면 약 13%에 불과하다.
◇임미숙=2005년에 ICT 분야 여성 인력이 32%를 정점을 찍고 난 뒤 이제는 25% 미만이다. 그 중에서도 통신 등 순수 ICT 전문 분야 종속자는 10%도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2005년 당시에는 정부가 모든 업무를 전산화하면서 데이터 입력 등의 작업에 여성을 많이 활용했다. 이후 계속 줄어들면서 산업을 리딩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이 되지 않았다. 특히 IMF 시절 많은 이 분야 친구들이 의대, 한의대 쪽으로 다시 공부하러 갔다. 평생직장으로서 보장이 안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송경희=ICT 분야는 모두 전통적으로 여성이 선호했던 분야가 아니고 남성위주였다. 여성이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 여성이 많이 지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정보통신부 최초 여성 공채 사무관이었을 정도로 여성이 부족했다.
◇장혜진 티베로 연구원=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는데, 입학때 150명 정원에 여자가 30명이었다. 하지만 다른 과로 전과해서 졸업할 때는 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 분야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만 한다는 데 대한 부담감이 크다.
◇ICT분야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이라면 누구를 꼽을 수 있나.
◇정지현 SAP코리아 부장=훌륭하신 분이 많을 텐데 의외로 노출된 사람이 많지 않다. 그나마 인지도가 높은 사람은 엔씨소프트의 윤송이 부사장 정도인 거 같다.
◇임미숙=KT 송정희 부사장도 업계에서 롤모델로 꼽힌다. 전자공학을 전공했고,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는 엔지니어다. 삼성전자에도 있었지만 벤처기업에서도 근무했었고, 서울시에서 정보최고책임자(CIO)도 역임했다.
◇장혜진=국내에선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ICT 분야 여성 가운데 가장 성공한 사람인 것 같다. 특별한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던 페이스북에 소셜 광고 모델을 제시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켰다. 미국 ICT산업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예쁘기까지 하다.
◇직장 내 여성경제인의 위상, 위력은 얼마나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여성경제인의 현주소는.
◇임미숙=1980년대 후반 ICT분야 여성들은 소위 `개척자`였다. `너가 잘못하면 너의 학교 여자 후배들은 안뽑을꺼다`고 대놓고 말했다. 우리 보다 앞선 여자 선배들은 여성성이라는 것을 인정해 주지 않았다. 보통의 남자보다 1.5∼2배 일을 해야 한 사람의 몫으로 인정해 줬다. 나만하더라도 앞선 선배들이 다듬어놓은 길을 간 것이다.
◇송경희=미래부도 이젠 여성이 20%가 넘어 더 이상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여성이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하는 편견에서 벗어나 개인의 특성과 역량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예전에는 수유실도 없었고, 2개월 출산휴가 후 바로 복귀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는 어느 자리에서든 여성이 홍일점인 경우가 많았다. 같이 일하기 불편할 것 같다고 기피하는 경향도 심했다. 그래서 오히려 남성보다도 더 가정일 때문에 연가나 외출을 내는 것을 극도로 자제했었다.
◇정지현=예전보다 위상이 많이 좋아졌다고 본다. 업무 분장이나 승진에 있어 여자라서 차별을 받아본 기억은 많지 않다. 오히려 사내에서 여직원들의 리더십을 조금 더 끌어내기 위해 `Women Council`이 만들어 졌다. 남자직원들로부터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원성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고위 임원의 비율은 낮다. 이유는 가사와 육아를 병행하면서 그 자리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제도적, 문화적 장치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창조 경제가 과연 여성경제인들에게 많은 기회를 줄 것으로 보는가.
◇정지현=여성 대통령이 처음이기 때문에 여성리더에 대해 크고 작은 조망이 있을 것이다. 워킹맘이 경력 단절 없이 경제참여를 하기 위한 정책도 실질적이고, 섬세한 정책들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 오늘 이러한 좌담회도 그러한 연장선상에 있다고 본다.
◇송경희=여성의 청년창업이나 경력단절 극복을 위한 지원책들이 활발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창업초기에는 지원도 있고 비용도 많이 들지 않지만 제품 상용화나 본격적인 시장 진출단계에서는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이 단계를 `죽음의 계곡`이라고 한다. 남성과 달리 여성의 커리어 사이클에도 `죽음의 계곡`이 있다. 바로 결혼 후 출산과 육아기간이다. 그동안 성공적으로 취업, 창업을 한 사람도 이 기간에 일을 계속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갈등을 하게 된다. 이때 육아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주는 지원시스템이 약하고 모두 개인의 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면 여성은 일이냐, 가정이냐를 극단적으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치게 된다. 이러한 죽음의 계곡을 통과하지 못해 경제활동을 중단하거나 경력단절을 일어난다. 따라서 그동안은 이 계곡을 통과한 사람이 소수여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의 수는 부족하고 남성편중이 심했다.
◇2015년에는 중앙정부에서 근무하는 여성 국가공무원의 수가 남성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여성이 정년퇴임 때까지 일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것 같다.
◇송경희=남성과 달리 `죽음의 계곡`을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간 여성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대부분 자기힘으로 헤쳐나간 사람들이기 때문에 자기들과 경쟁하는 남성보다 강하고 능력 있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숫자가 지금까지는 소수라는 것이다. 요즘 남녀공학에서 우스갯소리도 남학생은 밑에서 깔아주는 `무채`라는 말을 할 정도다. 그렇게 우수한 여성들이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창출할 수 있게 하려면 결국 출산과 육아지원, 시간제나 유연근무제, 경력단절 극복 프로그램 등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일하고 싶은 여성은 결혼을 안 하거나 아이를 갖지 않는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여성의 권리향상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흥망에 관한 문제라 생각한다.
◇정지현=여자가 직장생활을 할 때 주요 고비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30대 초반에는 결혼과 가사로 크게 어렵지 않았다. 요즘 남자들은 가사 분담도 많이 하는 편이다. 하지만 자녀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30대 후반인 지금 육아 문제가 가장 힘들다. 주변에서도 상당히 많은 여성 선배들이 그 시기에 아주 아쉬워하며 직장을 그만뒀다. 또 ICT분야는 기술이 워낙 빠르게 변해 경력단절로 인한 재복귀가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앞으로 여성이 주도하는 경제사회 즉 `우머노믹스`에 대비해 정부는 어떤 지원책을 마련해야 할까.
◇정지현=성희롱방지법 교육처럼 `가족친화기업`의 중요성을 의무 교육화하고 사회적인 홍보를 많이 하면 좋겠다. 육아에 있어서는 엄마의 `치맛바람`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바른 직업관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아빠참여학습`이 많아졌으면 한다. SAP코리아는 올해부터 유태인의 성년식처럼, 초등학생이 주변 지인에게 자신의 꿈과 비전을 선포하고 주변에서는 참석한 지인들을 기반으로 꿈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지원을 해주는 사회적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지원책들이 범국가적인 과제로 수행된다면 궁극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이 바람직하게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장혜진=여성들이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지 않도록 충분한 육아 휴직 제도를 만들고, 휴직 외에 육아기에 근로시간 단축제도처럼 현실적인 대안부터 국가 차원에서 강력하게 보장해 줘야 한다. 이후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도록 질 좋은 공교육시설을 제공하는 것도 주요 정책이 돼야 한다. 경력단절 여성이 재입사 할 경우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는 등 체계적인 복귀 시스템이 구축됐으면 한다.
◇어떤 여성 리더를 꿈꾸는가.
◇임미숙=함께하는 리더가 되고 싶다. 리더는 끌어가야 하는 사람이다. 뒤에서 미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잘 해 나갈 수 있도록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리더가 되고 싶다.
◇송경희=한계에서도 가능성을 보고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목표다. 비젼제시능력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정지현=여성에게 희망을 주는 여성 경제인이 되고 싶다. 40대, 50대 여성선배들을 보면서 그들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힘들게 버텨 주셨기 때문에 지금의 20∼30대가 또 희망을 갖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장혜진=많은 경험과 IT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온화하지만 강단있는 그런 카리스마를 가진 여성리더가 되고 싶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