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치고 승부사 기질이 없는 사람이 없죠. 신기한 것은 이런 기질이 유전이라도 되는 듯 사업가들은 몇 대째 비슷한 기질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재벌가 황태자인 A씨도 승부욕이 대단하다고 하는데요. 어렸을 때부터 국가대표 출신 코치들에게 운동을 배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게임에서 한 번 지기라도 하면 식음을 전폐하고 이길 때까지, 목표한 일을 해낼 때까지 운동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A씨가 직접 손 댄 사업 중 성공한 게 없다는 것. 정작 승부사 기질이 가장 발휘돼야 할 사업에는 소질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합니다.
○…비밀은 항상 최측근으로부터 새나간다고 하지요. 소재부품 업계 CEO들도 주변 인물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주의하는 사람이 누구일까요. CEO들의 동선을 모조리 꿰뚫고 있는 `운전기사`입니다. 이동 시간이 아까운 CEO들은 차 안에서도 업무를 보지요. 중요한 전화를 하기도 하고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마음만 먹으면 쉽게 알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운전기사입니다. 그렇다고 차 안에서 통화를 하지 않을 수도 없고 1분 1초가 아까운 CEO들이 직접 운전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저마다 CEO들은 주의사항을 정해 놓고 지키는데요. 차안에서는 반드시 이어폰을 사용하기, 지방에 갈 때에는 도심에서 내리기, 단골집에 갈 때에는 택시 이용하기 등 다양합니다. 아참, 기사의 환심을 사는 것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오너와 전문 경영인(CEO) 사이에는 항상 긴장이 흐를 수밖에 없죠. 삼성전자 핵심 임원 출신 B 사장은 2000년대 중반 이름도 없는 벤처기업 CEO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B 사장의 경력으로는 중견기업 CEO 자리도 충분히 구할 수 있었죠. 그러나 안정적인 자리 대신 가슴 뛰는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회사 오너는 학내 벤처로 회사를 창업한 전도유망한 엔지니어였습니다. 둘은 찰떡 궁합을 과시하면서 회사를 급성장시켰죠. 매출 1억원도 안 되던 회사가 올해 매출 1조원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회사가 커지면서 오너와 B 사장의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B 사장이 추천한 인물들이 주요 임원 자리를 차지하면서 오너가 위기감을 느낀 탓이라고 알려졌지요. 결국 B 사장은 회사를 위해 사표를 쓰고 나왔습니다. 소재부품 업계에서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깔끔한 정리였다고 하네요. B 사장의 평소 인품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어려움은 함께 해도 즐거움은 같이할 수 없는 게 사람인가 봅니다.
`소재부품家 사람들`은 국내 소재부품 업계와 학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울고 웃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매주 월요일 소재부품면에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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