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KT·넥슨 인사담당자가 구직자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달 29일 취업 포털 인크루트 주최로 열린 `2013 하반기 채용 설명회` 현장 속 핵심 정보만을 준비했다. 9월 1일 LG그룹 계열사를 시작으로 하반기 채용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하반기 채용에서 가장 화두는 열린 채용이다. 열린 채용은 스펙을 아예 안 보거나 덜 보는 새로운 채용 흐름을 말한다.
인크루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겠다고 응답한 기업 중 64.7%가 열린 채용을 진행하거나 검토 중에 있다고 응답했다. 열린 채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뚜렷한 목표와 일을 향한 열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열린 채용은 취업스터디로 단기간에 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스펙을 안 본다고 해서 무조건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분야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인크루트는 구직자가 이번 2013년 하반기 공채에 `전반적인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국내 기업의 채용계획 인원이 크게 하락한 것에 우려를 표했다. 인크루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국내기업의 36.6%가 `하반기 채용 계획이 있다`고 답했는데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했던 최저 수준 35.4%와 비슷한 수치다.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경기불황에 따라 채용 부담감이 늘어났고 9월 중순 추석 이후 채용계획을 확정하려는 기업이 늘어나 하반기 채용을 진행하는 기업이 줄어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지난해를 시작으로 고졸 구직자 채용 증가율이 대졸 구직자를 앞지르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크루트는 올해 대기업 채용 인원 중 고졸 구직자 비율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대졸 구직자의 일자리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취업이 어려운 것은 비단 올해만의 문제는 아니다. 구직자는 어려운 현실에서도 자신만의 전략으로 무장해야 한다. 서미영 상무는 “구직 시장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CJ, KT, 넥슨 인사담당자가 구직자 질문에 답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구직자는 모집공고에서는 파악할 수 없었지만 궁금했던 점들을 쏟아냈다. 다음은 현장에서 이뤄진 질의응답.
Q:서류전형에서는 어떤 점을 중점에 두고 선발하는가?
넥슨:아르바이트, 인턴 경험 등 지원 분야에서 어떤 것을 경험해왔는지가 중요하다. 남성 지원자는 군대 이야기를 너무 많이 쓴다. 이런 경우,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KT:서류전형에서 계량화할 수 있는 지표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학교, 학과, 학점 등이 서류전형에서 계량화하는 용도로 사용되지만 그것이 당락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CJ:좋은 인재를 판단하는 척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계량화할 수 있는 스펙의 편차도 줄어들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자기소개서 내용의 진정성을 살펴보기 위해 서류전형 위원들을 섭외해 평가하고 있다.
Q:대외활동은 정말 필요한가?
넥슨:인턴이나 공모전은 지원 분야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이 활동을 통해 무엇을 배웠고 우리 회사에 왔을 때 어떤 것을 기여할 것인지를 파악한다.
KT:전형이 길고 면접도 여러 번 이뤄지기 때문에 할 얘기가 많을수록 좋다. 자연스럽게 관련된 경험이 많을수록 유리하다.
CJ:지원한 분야와 관련 있는 활동이 중요하다. 짧게 여러 번 했든, 길게 한번 했든 간에 지원한 직무와 연관돼 있어야 한다.
Q:한 분야에서 경험한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경험을 했다면, 지원한 분야와 관련된 경험만 쓰는 것이 유리한가, 모든 경험을 다 쓰는 것이 유리한가?
넥슨:상관 없다. 지원 분야를 향한 열정이 중요하다.
KT:대학생부터 확실하게 길을 정하고 그 길로만 간 사람은 10명 중 1명도 안 될 것 같다. 다양한 활동을 했다는 것은 성취욕이 크고 적극적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특수한 경우는 정말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에만 해당하는 것 같다.
Q:자기소개서에서 자신의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CJ:모든 스토리에는 기승전결이 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결론 부분까지 설득력 있게 작성해야 한다. 화려하게 경력을 늘어놓더라도 유기적이지 않다면 허황된 느낌이 든다. 결론적으로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KT:자소서는 주관식 수학문제라고 생각한다. 객관식은 답만 맞추면 되는데 주관식은 풀이과정이 있어야 한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설명하는 것이 스토리다. 맞든 틀리든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설명이 필요하다.
넥슨:왜 하고 싶은지를 짜임새 있게 풀어써야 한다. 또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예컨대 단점을 표현하라는 질문에는 장점 같은 단점보다는 진짜 단점을 쓸 줄 알아야 한다.
Q:면접에서 꼭 하는 질문은?
넥슨:주변 사람들이 본인의 첫인상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다. 선입견을 갖고 평가하지 않기 위한 질문이다.
KT:10년 후 자신의 모습이 어떨 것 같은지를 꼭 물어본다. 이 질문으로 지향하고 있는 바가 분명한지를 파악한다. 이런 질문을 하면 신나서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CJ:어떤 부분이 우리 사업에서 부족한지 어떤 부분이 나아져야 할지를 묻는다. 이 질문에 얼마나 심도 있게 접근을 했는지를 파악한다.
Q:채용프로세스에서 각 기업만의 독특한 과정이 있는가?
넥슨:1차 면접에 통과한 사람을 대상으로 팀을 이뤄 게임을 만들게 한다. 커뮤니케이션, 작업능력을 보기 위함이다.
KT:임원 면접을 할 때 HR 리뷰를 한다. 인사담당자가 지원자의 지원서부터 시작해서 모든 과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CJ:직무면접에 가면 직무에 맞는 특성화된 면접이 있다. CGV 멀티플렉스는 고객과의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살펴보는 상황 면접이 있다.
인사담당자는 공통적으로 자기 성찰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좋지만 나 자신의 고민 없이 서두른다면 취직 후 이직의 과정을 반복하게 될 수 있다. 신중한 선택과 전략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