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에너지 효율의 필수 대안

ESS시장 어디까지 왔나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은 국가 전력난 해소 등 에너지 효율의 필수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그 동안 수용가(가정·산업·빌딩 등)에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남은 전기는 고스란히 버려졌다. 낮 시간에 비해 소비가 적은 야간에 전력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에너지효율 방안으로 유일했다. 하지만 중대형 이차전지를 채택한 ESS가 개발되면서 버려졌던 전기의 활용이 가능해졌다. 때문에 국가 전력수요공급 안정화는 물론이고 신재생 에너지원 확산 등 부가가치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이제는 단순 심야 시간의 전기를 저장했다가 수요가 많은 때 다시 꺼내어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각종 전력제어 기술로 그 활용가치가 확대되는 추세다.

[이슈분석]에너지 효율의 필수 대안

[이슈분석]에너지 효율의 필수 대안

◇가정·상가·산업계의 든든한 전력 수요책

기존 건물이나 산업시설물 등에 의무 설치된 비상용 디젤발전기는 정전 발생 시 일시적인 전력공급에만 사용됐다. 하지만 ESS는 비상발전기와 달리 평상시에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연동해 예상치 못한 전력수요가 발생하면 전력공급의 공백을 실시간으로 메워준다. 밤 시간 때 잉여전력을 저장했다가 피크 때 활용하고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전기 생산을 고품질로 일정한 공급을 가능하게 한다.

일본은 이미 일반 가정과 상가 등에서 ESS 구축에 한창이다. 다수의 ESS업체와 건설사들은 주택 구매 시 안정적인 전력 수급 차원에서 10㎾급 미만의 ESS를 빌트인 방식으로 공급한다. 이들 기업은 정부로부터 설치 보조금을 지원받아 가정에 ESS와 연동한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구축한다. 일반 가정도 태양광발전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자체 사용하거나, 비싼 값으로 전력회사에 되팔 수 있는 형태다. 여기에 ESS만을 활용한 가정이나 상업시설도 늘고 있다.

전력망과 서비스 산업 등을 융합시킨 민간 주도의 사업도 활발하다. 일본의 오릭스와 NEC 등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ESS 리스 사업을 시작했다. 초기 비용 없이 ESS를 통해 전기사용을 줄이면서 안정적 국가 전력 수급에도 기여하는 셈이다.

국내에도 ESS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이 시도 중이지만 낮은 전기요금 등 현행 요금체계와 전력계통과의 미연동으로 시장 활성화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삼성SDI가 기흥사업장에 1MW급 ESS를 설치해 시범 운영한 결과 설비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 11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ESS의 평균 수명이 10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비 회수조차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는 현재의 전기요금 체계에서 정부의 보조금 없이는 자발적으로 ESS를 설치할 기업의 등장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사업자가 ESS 설비 투자비를 조기 회수할 수 있도록 최대부하 시간의 전기요금과 경부하 시간의 전기요금 차이를 대폭 확대하는 요금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은 “정부가 전기를 사고파는 규칙을 만들고 저렴한 시간에 사고 비싼 시간에 팔고, 때로는 태양광, 지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설치해 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팔 수 있는 시장을 열어야 한다”며 “그래야 ESS와 신재쟁 에너지원을 활용한 시장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부터 석탄·화력·신재생원까지 책임질 전력 공급책

ESS는 국가 전력망의 주파수 조정용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력 수요·공급 변동에 대응해 발전소 또는 변전소에서 일정한 주파수로 전력을 공급하는 예비전력 역할을 한다. 주파수 조정을 통해 고품질의 전력 사용과 안정된 전력 계통 운영이 가능하고 전력계통에 문제발생 시 실시간 공급 대응이 가능하다.

발전소의 피크타임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전력수요의 최대치 억제, 신재생에너지의 출력을 평준화하거나 사용시간을 분산시켜 발전소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발전소의 전력 출력이 피크타임 때 ESS에 전력을 저장한 후 전력 수요 피크 시에 ESS에 저장된 대용량의 전력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를 이용하면 발전소의 고정출력운전을 가능케 해 전력생산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 ESS를 발전계통에 연계하면 부하 평준화(Load Leveling)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심야 전력 활용 증대와 주간 피크타임의 발전소 부담 감소 등 에너지 효율화를 돕는다.

정부도 발전사업자와 대규모 전력사용자, 전력다소비 공공기관에 ESS 설치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내년부터는 신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PS) 의무대상자인 발전사업자에게 ESS 설치가 의무화된다. 계약전력 30만㎾ 이상 대규모 전력사용자는 계약전력의 5% 이상의 ESS를 설치해야 한다. 여기에 지능형 ESS가 비상전원으로 인정되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할 예정이다. 비상전원으로 ESS를 설치하면 법적 최소 요구용량 이외의 추가 용량은 한전에 팔 수 있다. 규제와 인센티브를 동시에 적용해 전력난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S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행 선택형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여름에 시범 적용한 선택형 피크요금제를 더욱 세분화해 10월 전기요금체제개편에 포함시킬 예정이다. 개편안이 확정되면 ESS를 도입한 사업자는 요금이 저렴한 시간대에 전력을 ESS에 저장했다가 피크시간대에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한전에 되팔 수 있다. 또 다른 전력거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김종철 산업부 전력진흥과장은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는 현재 산업용과 일반용에서 1000㎾가량 사용하는 수용가에 적용하고 있다”며 “이를 더욱 세분화해 시장경쟁체제를 유도하는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표】ESS의 응용 및 활용분야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