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스타트업 위크엔드 "2번, 3번 참가자도 다수…명불허전 대회로 거듭나"

프로슈머 대리운전, 나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런처, 여자친구 선물 큐레이션 서비스, 지인끼리 사용하는 가상화폐 서비스 등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이디어가 솟아나온다. 앱센터운동본부가 주최한 스타트업 위크엔드 `선상`에서다. 팀 구성부터 시제품 고안, 발표까지 새로운 서비스를 54시간(2박3일) 안에 시작하는 대회인 스타트업 위크엔드가 지난 6일 12번째 행사를 열었다.

[스타트업 2.0]스타트업 위크엔드 "2번, 3번 참가자도 다수…명불허전 대회로 거듭나"

◇선상에서의 2박 3일. 피로도 잊은 열정 가득한 참가자들

이번 행사는 특별했다. 지난 2010년 1회 행사를 가진 이래 3년째를 맞아 약 70여 명의 참가자가 인천항에서 제주도로 가는 오하마나호를 탔다. 제주도에서 체류하는 9시간 남짓을 제외하고 54시간 내내 꼬박 승선해 아이디어를 구현해야 한다. 마지막 날은 새벽 4시부터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 들어간다. 쪽잠도 쉽게 자지 못하는 이른바 `죽음의 일정`이다.

하지만 참가자는 열정으로 잔뜩 들뜬 모습이었다. 승선하자마자 대강당에 모였다. 아이디어 10개를 추리기 위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 발표가 시작됐다. 참가자는 100초간 짧은 발표만 듣고 자신이 가고 싶은 팀을 정한다. 재밌는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 전체 투표를 통해 10개 아이디어가 채택되고 기획자 2명, 개발자,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 10개가 만들어졌다.

쉬는 시간 중간 명함과 전화번호를 주고받고 페이스북 친구를 맺는 모습이 보였다. 다들 `좋은 파트너`를 구하겠다는 일념 하에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적극적으로 네트워킹 하는 모습이다. 김진형 앱센터 이사장은 “좋은 사람들을 모아놓으면 알아서 저절로 생태계가 조성된다”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이끄는 힘이 바로 스타트업 위크엔드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팀이 구성되자마자 서로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아이디어 기획 회의가 시작된다. 장난치던 동료들의 웃음기가 사라진다. 진지한 얼굴로 토론을 나눈다. 첫 날 회의에서 가닥을 잡아놔야 다음날 개발자들이 기술 구현을 할 수 있다. 몇몇 팀들 중 개발자를 먼저 숙소에서 쉬게 하는 팀이 보인다. 에너지드링크를 연신 마시며 새벽 4시까지 이어진 회의는 끝날 줄을 모른다.

이튿날, 제주도에 도착해 NXC 넥슨 컴퓨터박물관에서 간단한 관람을 한 뒤 삼삼오오 모여 다시 회의가 시작된다. 선상에서는 인터넷 접속이 여의치 않아 개발자들의 손놀림에 가속도가 붙는다. 2박 3일 일정의 마지막 밤, 최종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됐다. 행사의 백미다. 체력이 떨어진 참가자도 더러 보였지만 다들 끝까지 집중하는 모습이다. 수백, 수천만원 상금이 걸려있는 경진대회에 비해 스타트업 위크엔드 상금은 100만원에 불과하지만 좋은 파트너를 얻어간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양한 인력 구성. 스타트업 위크엔드가 명불허전인 이유

이런 행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인력 구성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업 위크엔드는 명불허전이다. 김진호(25)씨는 지난 9회에 이어 2번째로 참가하는 것이라 했다. “3번째 참가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며 “저번 행사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재참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행사에 참여한 팀들의 36%가 3개월 후에도 여전히 지속되고 이 중 실제 회사 설립이나 창업으로 이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퀵캣, 모두의 주차장 등이 예다.

면모도 다양하다. 최연소 참가자인 길형진(18), 박새인(19) 군은 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길 군은 “학교에서 의미없는 공부를 하는 것보다 창업을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군 역시 “부모님을 설득시키기 힘들었지만 현재 친구와 오피스텔에서 창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좋은 기획자를 소개받고 싶다는 바램을 드러냈다.

스타트업 위크엔드는 20~30대 청년들만의 전유물도 아니었다. `힐링 스타트`라는 아이디어를 기획한 김재현 씨는 4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나이. 스마트폰으로 가족이나 연인과 힐링 장소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아쉽게도 주제로 채택이 되지 못했지만 “개발자로 20년간 일했던 것을 기반삼아 꼭 창업하겠다”며 “젊은 열정을 배우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기러기 아빠라는 한 참가자는 멀리 떨어져있어도 쉽게 감정을 전할 수 있는 티셔츠를 고안해 웨어러블 컴퓨팅을 기반으로 다양한 기술을 구현하는 욕심을 냈다.

벤처투자 토크쇼 `쫄지 말고 투자하라` 진행자인 이희우 IDG벤처스코리아 대표도 이번 대회에 기획자로 참가했다. 그는 “지난 대회에는 심사위원이었지만 올해는 인재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진형 이사장도 지난 8회때 기획자로써 참가한 적이 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