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강국 기술대국]세계 석학의 블랙홀 `KIST 의공학연구소`

2011년 설립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공학연구소(소장 최귀원)는 이 분야 세계적인 석학을 모두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꼽힌다. 페티그루 미국 NIH 산하 NIBIB 연구소장을 비롯해 멕베이 존스 홉킨스 의대 의공학과장, 라이머 시카고 재활병원 RIC 연구소장 등이 그들이다.

KIST 의공학연구소에 전격 초빙된 글렌 권 위스콘신대 교수(왼쪽)와 원유연 퍼듀대 교수.
KIST 의공학연구소에 전격 초빙된 글렌 권 위스콘신대 교수(왼쪽)와 원유연 퍼듀대 교수.

의공학연구소는 인재 영입 프로그램을 `시스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연구소 운영과 주요 연구 성과 평가, 향후 연구소 운영 방향에 대한 자문을 위해 해외기술자문위원회(IAC)를 두고 있다. 정부출연(연) 강소형 조직의 선도 모델 격인 의공학연구소는 `질병과 장애 극복을 위한 혁신적인 의공학 기술 개발을 통한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비전으로 설립됐다. 연구소는 `의공학기술 혁신의 세계적 리더`로 도약하기 위해 세계 수준 연구팀 구축, 임상 중개 연구 프로그램 도입 등 새로운 연구와 운영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해외기술 자문위원회는 연구소의 새로운 운영 전략 중 하나로 각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를 자문위원으로 임명해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와 각 연구팀 연구 내용과 연구 성과에 대해 평가와 자문한다. 바로 이 자문위원회에 페티크루 소장 등이 포진해 있다.

연구소는 이 밖에 해외 우수 연구인력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여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특히 중점 연구 분야 가운데 하나인 테라그노시스(Theragnosis-분자 영상과 나노 의학기술을 융합해 질병의 조기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수행하는 신개념 치료·진단 기술)의 세계 수준의 연구팀 구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단분자 영상기술(Single Molecule Imaging)의 세계적 권위자인 신년균 교수(아이오와 주립대학)를 비롯해 siRNA 전달시스템의 세계적인 연구자인 배유한 유타대 교수를 비롯해 원유연·여윤 퍼듀대 교수 등 5명을 초빙, 이른바 `드림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기초기술이 임상적용 가능한 의료기술로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인 중개 연구를 위해 서울아산병원의 김상윤 교수와 경북대의대 김인산 교수를 의공학 중개 연구프로그램 연구자로 초빙해 KIST에서 연구 활동을 시작했다.

의공학연구소 드림팀에 전격 합류한 위스콘신대학의 글렌 권 교수의 경우, 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4살 때 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화학 공약분야에서 활약하는 아버지 모습을 보고 과학자의 꿈을 꾸기 시작한 그는 약학 중에서도 약물전달시스템을 통한 암 치료 연구를 수행 중인 저명한 과학자다. 권 교수는 “KIST가 국제적으로 유명하고 또 연구 랩에 KIST 연구자가 많이 와있어 좋은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특히 약물 전달 체계를 큰 규모로 연구하는 센터가 별로 없는 만큼 많이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원유연 퍼듀대 교수 역시 KIST에 온 이유에 대해 “(약물 전달 연구에 있어서) KIST만한 곳이 드물기 때문이었다”며 “KIST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몇 주 안에 그 아이디어를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곳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특히 분자 수준의 약물 전달체 개발과 세포수준의 검증, 동물실험까지 매우 효율적인 연구진행이 가능하다. 약물 전달 연구외에 의공학연구단에서 진행 중인 다른 연구 과제에 대해서도 배우고 싶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다는 게 원 교수의 설명이다.

이들 초빙 석학은 현재 연구소에서 광분해성 고분자를 응용한 RNA 전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치료하면 할수록 저항성이 생기는 암에 RNAi를 사용해 저항성을 낮춰 말기 암을 치료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RNA 전달체를 개발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 오랜 기간 외국에서 연구생활을 한 연구원이 많아 KIST 연구 행정이 낯설 수 있지만 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국 특유의 빠른 프로세스는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원 교수는 “미국 대학에서는 행정 처리 속도가 매우 느리다”며 “그에 반해 KIST는 행정처리가 빠르고 효율적인 것 같다. 연구 진행에도 매우 도움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연구원 평가제도는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게 이들의 평가다. 한 초빙 학자는 “KIST의 경우 상대평가를 한다. 이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필요이상의 경쟁의식을 부추길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선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 한다"고 말했다. 최귀원 의공학연구소장은 “의공학 기술은 대표적인 융합기술로 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향후 집중적인 육성이 필요한 분야”라며 “향후 3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의공학연구소 내 각 팀들이 관련 분야의 세계적 연구팀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