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독과점이 너무 심각하다.`
한국영화 산업의 `독과점 폐해`는 하루 이틀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영화 관객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지만 `다양한 영화`를 보지는 못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3년 8월 한국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8월 한국영화 관객 수는 총 2195만명, 전체 관객 수 2912만명을 기록, 각각 역대 월별 최대 성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8월 한국영화는 20편, 외국영화는 78편이 개봉했으나, `설국열차`를 비롯한 4편의 한국영화만 관심이 집중됐다. 스크린 독과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김휘정 입법조사관이 발표한 `한국 영화시장 독과점 현상의 쟁점과 해소 방안`을 보면 대기업 3개사(CJ E&M, 롯데, 쇼박스 미디어플렉스)의 점유율은 2011년 83.1%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점차 감소해 지난달 말에는 56.5% 수준이다.
표면적 수치로는 스크린 독과점으로 보기 어렵다. 하지만 일일 상영회수와 좌석점유율 기준으로 보면 실제 관객이 체감하는 주요 흥행작의 스크린 독과점 현상은 매우 두드러진다.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의 상영 횟수와 좌석수 점유율을 합산하면 각각 63.8%와 80.8%에 달한다. 두 편의 영화가 전체 상영 횟수 10번 중 6번, 전국 상영관 좌석 10개 중 8개에 차지한다는 의미다.
반면 국제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저예산 독립영화인 `피에타`와 외화 `비포 미드나잇` 등 스크린 점유율은 10% 미만에 그쳤다. 상영 횟수와 좌석수 점유율도 1~4% 안팎으로 나타났다.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자사나 계열사가 제작·투자에 참여한 영화를 집중 상영하거나 경쟁사 영화를 상영 거부 하는 등의 문제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소규모 영화는 관람객들이 관람하기 힘든 시간대인 아침이나 심야에 편성해 사실상 소비자의 선택권이 제한된다.
결국 대기업이 공급하는 영화가 스크린을 독점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영화·영상학과 교수 54명은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특정 영화의 스크린독과점이 상식 수준을 넘어서 영화산업 전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스크린독과점 상영을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을 국회에 촉구한다”고 입을 모았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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