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 괴물` 화웨이의 놀라운 성장을 가능케 한 비결은 무엇일까.
스마트폰 사업 진출 2년 만에 세계 5위권 내 기업으로 진입해 선두권을 위협하고 통신·네트워크 장비 사업에서 세계 선두로 올라선 기업. 8명의 직원으로 시작한 이 회사가 이 타이틀을 거머쥐기까지 화웨이는 인재, 연구개발(R&D), 경영 관점에서 몇 가지 핵심 철학을 고집스럽게 지켰다. 그 이야기를 스콧 사이크스 부사장과 인터뷰를 통해 선전 본사에서 직접 들었다.
◇지금의 화웨이를 만든 것은 `주인 의식`
화웨이는 첫 번째 핵심 비결로 `임직원 주식 소유 프로그램(Employee stock ownership program)`을 꼽는다. 회사 지분의 98.5%를 임직원 조직인 공회가 보유하고 140개 국가 15만명 전 글로벌 임직원 중 7만5000명 이상이 주주다. 런정페이 회장의 보유 지분 보유율은 1.4% 수준. 절반 가량의 임직원이 진짜 주인처럼 일하고 그에 따른 성과를 나눈다. 주주인 임직원 전체가 직접 뽑은 51명의 후보 중 13명이 최고 경영진이 되는 구조다.
이 시스템은 인재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이크스 부사장은 “큰 성과를 낸 만큼 돌려받는 것을 아는 우수한 인재를 붙드는 효과를 낸다”며 “글로벌 주요 기업의 러브콜이 이어지지만 인재 유출 걱정이 없는 화웨이만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겠다고 단언한 런 회장이 “우리 회사의 주인은 내가 아닌 임직원이기 때문에 승계에 대한 사항은 내가 결정할 일도 아니다”라 말한 것도 공언이 아니다.
두 번째 비결은 글로벌 업무 방식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화웨이의 R&D는 IBM, 고객관계관리(CRM)는 액센츄어, 자원관리는 헤이그룹, 인적자원(HR)은 KPMG에서 방법론을 들여와 내부에 소화시켰다. 1997년 해외 사업을 시작하면서 동시에 이뤄진 해외 글로벌 기업 프로세스의 적극적인 도입은 제품 개발에서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과정은 외부에서 들여오되 결과물은 스스로 만드는 화웨이만의 경영 방식이다.
사이크스 부사장은 “회사의 성장을 위한 변신이 필요하다고 느껴 글로벌 기업의 컨설팅을 받기 시작했다”고 회고했다. 5년 마다 교체되는 3명의 최고경영자(CEO)가 6개월마다 돌아가며 대표(Acting) CEO직을 맡는 `로테이팅(순환) CEO` 제도의 시초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머서(Mercer)에서 배웠다.
◇지금은 위기…큰 변신의 시기
화웨이는 2013년을 위기의 시기라 정의했다. 재무적으로 어려워서가 아니다. 업의 변경이 이뤄지고 있는 변화의 절기란 의미다. 1987년 창업 후 26년간 통신·네트워크 장비업을 해오던 화웨이가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로 사업을 확장하는 시기란 점에서 그렇다.
사이크스 부사장은 “지금은 정말 중요한 위기 상태”라며 “아직 많은 기업이 우리를 모르는 데 모바일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더 나은 네트워크 장비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더 발전된 데이터센터 사업도 펼치는 큰 정보·커뮤니케이션 기업이 될 수 있을까”하는 문제에 부딪쳐 있다고 토로했다.
화웨이의 위기가 처음은 아니다. 직원 8명의 총판으로 시작했던 화웨이는 1990년 첫 자체 교환기(PBX) 제품을 개발해 판매를 시작했다. 바로 첫 번째 위기다. 사이크스 부사장은 “노텔, 에릭슨 등 큰 기업이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우리의 이름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1997년 첫 글로벌 계약을 따내 해외사업을 시작한 시점도 위기의 순간으로 꼽는다. 사이크스 부사장은 “글로벌 기업이 되는 것이 쉽지 않아 많은 기업이 그 단계에서 실패한다”며 “1997년 당시 과연 우리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고 말했다. 급기야 2005년 해외 매출이 중국 내 매출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화웨이는 변신을 거듭해 향후 5년 내 모바일 기기, 통신·네트워크 장비, 기업용 솔루션 등 주요 세 분야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각각 25~30%, 15%, 60~65% 수준으로 만들 계획이다. 아직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용 솔루션 사업 분야의 시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5년 내 100억달러(약 10조8500억원) 수준으로 육성한다. 5년간 10%씩 성장해 600억달러(약 65조원) 기업이 되겠다는 목표다. 지금 75% 이상 매출이 장비 사업에서 나오며 모바일 제품 매출은 전년보다 80% 성장했지만 전체 비중으로는 약 20%에 수준이다.
모바일 사업 성장 목표도 공격적이다. 지난해 3200만대를 판 데 이어 올해 6000만대 판매를 목표해 확고한 세계 3위 자리를 노린다.
선전(중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화웨이 주요 연혁
-1987년 총판으로 PBX 등 통신 장비 판매 시작. (직원 수 8명)
-1990년 첫 PBX 자체 제품 개발. (직원 수 15명)
-1997년 첫 해외 계약 체결. 해외 매출 10억 달러. (직원 수 2000명)
-2000년 투명성 보고서 발간 시작
-2003년 매출 30억 달러 돌파 (직원 수 2만2000명)
-2005년 거래 기업 100개 돌파. 해외 매출이 중국 매출 돌파.
-2006년 2~4G 모바일 통신 기술 개발.
-2012년 350억 달러 매출 돌파. 순익 기준 에릭슨 제치고 세계 1위 장비 기업 등극. (직원 수 15만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