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환정전 이후 국내 전력시장은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을 받게 됐다. 특히 정전이 민생에 직결된 부분인 만큼 정치권의 관심은 남달랐다.
순환정전에 따른 책임론이 우선 제기됐고 이와 함께 10년 전 도입했다 진행을 멈춘 전력산업구조 개편 논의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순환정전 대책으로 전력거래소의 계통 운영업무를 한국전력에 다시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반대편에서는 오히려 중단된 시장 개방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논리로 대립했다.
순환정전 2년이 지났지만 논의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국회와 관련 업계에서 전력산업구조 개편을 주제로 한 토론이 연이어 열리고 있다. 제도적으로도 산업 생태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지금의 움직임은 조직의 통·폐합이나 분리를 언급하는 직접 개편이 아닌 시장거래 방법에 새로운 시도를 도입해 단계적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 전기사업법과 관련해 김한표 의원과 전하진 의원이 각각 발의한 두 개의 개정안이 전력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나는 발전사와 한전이 사전에 가격을 정해놓고 거래하는 `차등계약제도(계약거래)`고, 다른 하나는 그동안 정부 지원금을 지급한 수요관리를 시장에서 거래하는 `수요관리 시장거래`를 도입하는 게 요지다. 두 법안은 이변이 없는 한 올가을 국회에 통과가 예상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그간 전력시장의 거래 관행을 바꿀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의 전력시장은 발전사가 판매 전력을 입찰하면 가격이 정해지고 이를 한국전력이 사들이는 구조다. 반면에 계약거래는 이와 반대로 한전이 구매를 원하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양방향 가격거래가 도입되는 셈이다.
양방향 거래가 이뤄지면 한국전력이 유일하게 영업을 하고 있는 전력판매 시장에도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게 된다. 민간 판매사업자가 한전과는 다른 가격조건으로 발전사와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특정 고객에 제공하는 영업도 가능하다. 수요관리 시장거래도 전통적 발전사업자가 아닌 절전을 이용한 가상발전소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시장에 참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매우 초기적인 단계지만 계약거래와 수요관리 시장거래는 당초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목표로 했던 공급 측과 판매 측 간 양방향 거래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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