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응시스템은 `UP`…전력난은 `그대로`

9.15 순환정전 2년 남겨진 숙제는

9·15 순환정전이 발생한 지 2년이 됐다. 순환정전은 전력당국의 정확한 수요예측 실패로 발생한 인재다. 다행히 블랙아웃은 피했지만 당시 병원과 고층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전력이 공급되지 못해 많은 국민이 불편을 겪었다.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전 재발방지에 정확한 수급예측과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올여름도 아슬아슬한 전력난을 겪었지만 국민의 `절전 도움`으로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다. 유례없는 순환정전은 지난 40년간 허술했던 국내 전력정책을 더욱 내실하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9·15 순환정전 발생 2년, 전력당국의 전력수급대책과 남겨진 숙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이슈분석]대응시스템은 `UP`…전력난은 `그대로`

“정전사고 발생 전 전력공급 능력과 관련해 허수계산이 있었습니다. 철저하게 책임을 규명하고 문제점을 분석, 이 같은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2011년 9월 18일 최중경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기자실에서 `순환정전사태 관련 재발방지대책`을 설명하면서 국민에게 밝힌 내용이다. 이후 지경부는 정부합동점검반을 구축하고 수급예측 정확도 향상, 공급능력 관리 강화, 수요관리자원 확충 등 5대 분야 14개 세부과제를 발표했다.

전력 전문가들은 전력당국의 비상대응체제, 매뉴얼, 수요예측 등 많은 분야에서 선진화된 시스템이 구축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는 전력난의 해법을 절전 캠페인에서 찾는 전력 정책은 문제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전력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서 전력난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다가올 동계피크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당국의 대응은 빨랐다. 정부는 초보수준이던 수급예측 시스템의 정확도를 향상시켰다. 온도의 민감성과 발생가능 오차를 최소화한 신규 수요예측 알고리즘을 주별·일별로 개발했다. 과거 수요관리 실적에 따른 수요예측 왜곡을 완전히 제거했다.

기관별 업무협조도 강화됐다. 전력거래소와 기상청은 실시간 기상요소 정보를 공유해 전력수급정책에 반영하고 있으며 거래소와 한전은 수요예측값을 비교해 상호 보정하는 이중시스템을 마련했다.

전력 공급능력도 확대했다. 정부는 2011년 7700만㎾였던 전력공급능력을 지난해 7900만㎾까지 끌어올렸으며 올여름은 8000만㎾로 확대했다. 일부 발전소 증설도 있었지만 절전규제, 산업체 조업조정, 주간예고, 전압조정 등으로 공급능력을 강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순환정전 당시 절전규제, 주간예고와 같은 조치는 있었지만 전력책임자 대부분은 모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오히려 9·15 순환정전이 지금의 전력난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상대책 보완으로 비상단계별 조치를 보강했으며 대국민 예고체계 정비, 순환단전 제도를 정비했다.

순환정전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IC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관리대책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EMS, 스마트그리드 등을 이용한 대규모 신규투자를 유도하고 전력난을 극복하겠다고 발표했다. 선택형 시간대별 차등요금제를 확대 개편해 ESS 시장을 활성화하고, 피크요금제를 더욱 세분화해 오는 10월 전기요금체계 개편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이어지는 동·하계 전력난을 IT와 에너지를 융합해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전력난 `불안 불안`…동계피크가 더 걱정이다

전력당국은 2014년부터는 전력난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올여름 신고리 3호기를 비롯해 2~3개의 원전이 돌발정지되면서 전력당국은 가슴을 쓸어 내렸다. 특히 신고리 1·2호기와 신월성 1·2호기 등 시험성적서 위조로 가동이 중단된 원전의 불량부품 교체가 지연되면서 동계피크에 전력을 생산할지 아직 불투명하다.

정부는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올겨울 최대 전력수요를 7971만㎾로 예상했다. 이는 하계피크 시보다 136만㎾ 늘어난 양이다. 산업부는 올 연말 설비용량을 8560만㎾로 늘려 구축하기로 했다. 예정된 설비는 신월성 2호기(100만㎾) 10월, 신고리 3호기(140만㎾) 12월, 율촌복합 2호기(59만㎾) 7월, 신울산복합(58만㎾) 8월, 신평택 복합(63만㎾) 8월, 당진복합(37만㎾) 8월 등이다. 이 가운데 원전 2기를 제외한 나머지는 이미 계통에 반영돼 가동 중이다.

하지만 10월 말 상업 발전에 들어갈 계획이었던 신월성 2호기는 현재 케이블 교체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작업이 늦춰지면서 가동이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장주옥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여름 더위는 외부 활동으로 참아 낼 수 있지만 겨울 추위는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수용가의 난방수요가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발전소 정비 등 철저한 관리로 동계피크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전력난 해소에 ICT를 활용한 수요관리와 분산형 전원시스템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밀양송전탑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분산형 전원체계는 오는 7차 전력수급계획에 반영될 예정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전력정책은 이제 수십년간 고수해 온 공급위주 정책을 수요관리 중심으로 바꿔야 하는 시기가 됐다”며 “유럽과 같은 분산시스템을 이용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송전손실을 최소화는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