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수많은 팬을 거느린 SF 미국드라마 `프린지(Fringe)`. 올해 1월 시즌5를 마지막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FBI 내 프린지라는 팀이 괴기 현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사건을 과학의 힘을 빌려 해결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경찰이 해결할 수 없는 초자연적이고 미스터리한 사건이 유능한 과학자의 과학적 논리에 의해 해결되지만 사실 그 속은 SF드라마의 대표 요소인 `페러렐 월드(Parallel world)`, 즉 평행 우주가 존재하며 이것이 프린지 중심축이자 특징이다.
주요 등장인물은 2명이다. 유명 과학자인 월터 비숍 박사와 그의 아들 피터 비숍. 과학자로 권위 있는 월터와 아버지를 존경하면서도 어릴 적 가정을 돌보지 않고 일에만 몰두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는 피터. 서투른 남자 두 명이 불행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전개에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진다.
SF 특유의 CG가 활용된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현실 세계와 페러렐 월드를 오가며 다르게 그려지는 오프닝을 재미를 배가시킨다. 시즌5 에피소드 3에서는 한 등장인물이 A라는 선택과 B라는 선택에 놓이게 되면 그 선택에 대한 경우의 수만큼 우주가 존재한다는 줄거리가 나왔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고민하다 버스를 타게 되면 그 순간 우주는 버스를 탄 우주와 택시를 탄 우주로 갈라지게 되는 것. 실제 우리 생활도 선택의 연속이다. 무한의 가까운 경우의 수만큼 우주가 존재한다는 `어마어마한` 이론이다. 그리고 이런 평행 우주 중 하나만이 선택되어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며 나머지 보이지 않는 다른 평행 우주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나름대로 우리 우주와 비슷하게 진행되어 간다.
페러렐 월드. 과거에는 아예 과학계에서 언급조차 안했었지만 최근 인정을 하는 과학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물리학과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3가지 평행 우주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첫 번째로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의 끝에 존재하는 평행 우주,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 안의 평행 우주(우리가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두운 에너지로 가득 찬 신비로운 풍경 속에 존재하는 평행 우주(흔히 다중 우주라고 부른다), 이 세 가지다.
관련해 재밌는 다큐멘터리도 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최근 치즈 덩어리로 본 다중 우주라는 다큐를 통해 지구가 있는 우주 이외의 또 다른 우주가 셀 수 없이 많다는 주장을 했다. 치즈 덩어리의 한 면을 행성, 은하계가 생성되기 전의 공간으로 보고 수많은 에너지가 담겨있다고 본다. 에너지가 미세한 입자 물질로 빠르게 변하면서 `빅뱅`이 일어나는데 우리가 아는 우주를 만든다. 이 우주 공간 외 나머지 공간에서도 계속 빅뱅이 일어나면서 우주들이 새롭게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영원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