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소형가전 진출은 가전 업계의 `뜨거운 감자`다. 올해는 침구청소기와 제습기가 화두였다. 대형가전이 성장한계에 다다르면서 대기업도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소형가전 분야는 세계적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고 브랜드 영향력도 크게 작용한다. 대형가전 부문에서 키워온 기술력은 물론이고 디자인 전문 인력까지 풍부하게 갖춘 회사로서는 자원을 활용하기 좋다.
한편으로는 소형가전 업체들의 애로사항은 날로 커져만 간다. 글로벌 가전 브랜드는 치밀한 광고 전략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중국산 OEM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메이드인코리아`를 고집하려니 인건비 상승이 부담이 된다. 유통 판로 찾기는 장애물 경주나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의 소형가전 진출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다.
물론 소비자로서는 대기업의 진출은 보다 다양한 제품을 만날 수 있게 되고,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나 성능이 더 좋아지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대기업의 시장 잠식으로 소형가전 기업이 사업을 축소하지 않을 때나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대기업이 앞선 기술력과 우수한 디자인을 소형가전에도 적용해 해외로 적극적으로 진출하면 된다. 현실은 어떤가. 대기업 역시 해외진출은커녕 `미투 제품`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중소기업이 할 수 없는 각종 프로모션과 연계 이벤트 등 판매촉진 수단으로 공정거래를 해치는 사례가 많다.
소형가전 업체들도 더 이상 과거와 같은 미투 제품으로 사업을 영위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올여름 시장에 쏟아진 무수한 제습기 중 상당수가 중국산 OEM이다. 국내 중소기업들이 신제품 개발 대신에 중국 OEM 생산업체와 계약에 더 열 올린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소형가전도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사업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바람을 일으켜 시장에 파도를 만들어야 한다. 보호받는 기업이 아니라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을 스스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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