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스무 해를 맞은 중국 베이징국제도서전은 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이탈리아 볼로냐아동도서전 다음으로 큰 국제도서전이다. 지난달 29일부터 9월 1일까지 베이징 외곽의 중국국제전람센터 신관 4개 홀에서 열린 `제20회 베이징국제도서전`에는 중국 신문출판총서 산하 600여개 국영 출판사와 영·미권 대형 출판사 그리고 한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권 등 75개국 2000여개 출판사와 전자책 기업들이 참가했다.
올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국 출판미디어그룹들이 대형화, 국제화를 내세우며 규모의 경제에 이미 도달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메이저 출판사 매출은 몇 백억원에 불과하지만 중국의 대형화된 출판미디어그룹들은 적게는 몇 천억원에서 몇 조원에 이른다.
중국의 전자책 성장세는 더 놀랍다. 스마트폰 사용인구가 휴대폰 사용자의 70%에 달하기 때문에 모바일 기반의 전자책 시장이 이미 일반화돼 있다. 모바일 전자책 독서 인구가 2억명을 넘는다.
지난해 나온 모바일 전자책 `아주 단순한, 아주 애매한(〃純〃曖昧)` 작품은 5개월 만에 3억3000회 클릭과 한 달 판매량이 100만권이나 됐다. 매출로 보면 1개월 판매액이 무려 200만 위안(누적 4000만 위안)에 이르는 셈이다. 이는 종이책 출판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규모의 경제라고 할 만큼 중국은 모바일 기반 전자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모든 종이책들은 나무의 비극이기 때문에 전자책으로 독서를 하라고 권유하는 광고가 유행할 정도다. 종이책에 대한 매우 도발적인 이 광고의 주인 중국에서 전자책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아이리더`다. 아이리더는 이번 베이징국제도서전에서 시장 점유율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였다. 같은 W1홀에서 전시하고 있는 아마존차이나가 조용히 `킨들 페이퍼 화이트`를 홍보하고 있는 사이 아이리더는 매일같이 유명 작가나 아나운서를 내세워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쳤다. 아이리더의 이런 자신감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중국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기반의 전자책 이용자 절반 이상이 26세 이하고 농촌 주민들이다. 또 60%가 중간 또는 저학력자기도 하다. 그리고 월 소득 3000위안 이하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쉽게 말해 중간 또는 저학력자, 저소득자들이 지금 중국의 광대한 전자책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특징을 간파한 중국 전자책 기업들은 전자책 가격을 종이책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잡았다. 높은 경제성장으로 우리나라와 물가 차이가 거의 없지만 지하철 티켓과 전자책 가격은 파격적일 만큼 저렴하다. 지하철 티켓 가격과 전자책이 2위안으로 비슷하다.
중국은 지하철 15개 노선이 베이징시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 우리나라 지하철만큼 잘 발달돼 있다. 지하철을 타면 우리나라처럼 대부분의 젊은 층은 종이책 대신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여기서 특히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파격적인 전자책 가격이 접근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전자책이 종이책 가격의 70~80%에 달하고 전자책 정가제에 묶여 있는 한국과는 크게 다르다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이번 베이징국제도서전에는 우리나라 40여개 출판사와 전자책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 중 전자책 기업이 모두 16곳이나 참가해 역대 최다 규모를 기록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국이 앞섰다고 할 수 있으나 전자책 시장을 키워가는 중국 정부와 기업들이 갖고 있는 안목과 전략은 오히려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중국을 교훈 삼아 우리나라 전자책산업의 일대혁신이 절실하다.
장기영 한국전자출판협회 사무총장·그린북아시아 대표 alice077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