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과 문화의 거리로 꼽히는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낮고 굵은 배기음을 내며 달리는 고급 외제차도 즐비하다. 저마다 개성을 뽐내는 수많은 로드샵과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 있고, 패션 브랜드들의 파티도 꾸준히 열린다. 이런 곳에 현대차가 ‘PYL’ 체험공간을 열어 지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나 저거 뭔지 알아! 자동차야!”
지난 금요일 저녁, 가로수길 ‘쿤위드어뷰(KOON With a view)’에 꾸며진 PYL 체험공간, ‘PYL The Factory’를 찾았다. 주변을 지나던 2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커플들이 서로 ‘PYL’이 뭔지 안다며 아는 체를 한다. TV에서 광고로 지겹게(?) 봤다고 얘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아직까진 이런 인식들이 직접적인 판매로 이어지긴 어렵지만, 적어도 현장 반응을 볼 때,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가 꽤 높아진 게 아닌가 싶었다.
‘프리미엄 유니크 라이프스타일(Premium Younique Lifestyle)’이라는 뜻의 ‘PYL’ 브랜드에 속한 차종은 현재 세 가지다. 벨로스터, i30, i40가 그 주인공. 현대차가 이번에 꾸민 ‘PYL The Factory’는 PYL이 지향하는 크리에이티브 정신과 라이프스타일을 미디어 아트, 사운드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장르로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이는 특별한 문화 체험공간이다. 세 차종의 특징을 알리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이다. 나아가 브랜드를 젊은 층에게 각인시키려는 현대차의 숨은 목적도 있다.
이에 현장에서 만난 이 회사 관계자는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현대차의 젊은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이번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PYL을 아티스트들의 입을 빌려 고객들이 체험하게 하자는 취지죠. 작품들은 각각의 컨셉이 있는데, 벨로스터는 사운드, i30는 컬러, 40은 다이내믹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이죠.”
이곳은 크게 세 가지 테마로 구분할 수 있다. 입구를 지나면 라운지와 함께 디제잉 부스가 보인다. 이름은 ‘뮤직 드라이빙 스쿨(Music Driving School)’이다. 운전을 음악으로 표현하려 했다. 이곳에서 강조하는 건 당연히 ‘사운드’. 그래서 현대는 벨로스터의 ‘비츠 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된 디제잉 기계를 설치했다. 또한 사람들은 유명 DJ그룹 ‘360 사운드’에게 디제잉을 직접 배우며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이 전하려는 메시지는 벨로스터 터보의 역동적인 주행성능이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에 음료를 나눠주는 ‘바’가 있고, 고개를 돌리면 ‘사운드 보이지(Sound Voyage)’ 부스를 마주하게 된다. i40을 분해해 여러 부품을 설치해놨다. 이곳에선 차에서 나는 경적 소리, 문 닫는 소리 등 다양한 소리에 감성을 입힌 창조적인 사운드 아트를 8개 스피커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사운드 아티스트 ‘강경덕 위드 베리띵즈(Verythings)’의 작품.
가장 안쪽엔 ‘퓨처 캔버스(Future Canvas)’라는 이름의 작품이 있다. 미디어 아트 그룹 ‘뷰직(Viewzic)’이 꾸민 ‘i30 미디어 아트카’다. 운전석에 앉아 운전대를 돌리고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을 밟고, 여러 버튼을 누르는 등 조작에 따라 미디어 아트도 다르게 표현된다.
이 작품과 관련, 현장에서 박훈규 그래픽디자이너와 만나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기계를 다뤄서 빛과 소리를 다양하게 내보내야 하는데, 이런 점이 운전과 같다고 봅니다. 이번 작품엔 i30의 컨셉이 들어있습니다. 그래서 젊은 층이 좋아할 수 있도록 놀이문화를 접목한 겁니다.”
아울러 실제 PYL차종을 타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그동안 PYL만의 혜택이 있긴 했지만, 크게 와 닿지 않았다는 것. 일부 적극적인 사람들만 ‘열심히’ 혜택을 받은 셈이다. 그렇지만 여럿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번 행사는 소비자 입장에서 꽤나 긍정적이란 평이다.
이곳을 찾은 네이버 동호회 벨로스터클럽 운영진 전형민 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벨로스터 터보를 탄다. “성능도 만족하고, 가격대비 참 괜찮은 거 같아요. 개성도 드러낼 수 있고요. 그런데 PYL이라 하면 차별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급인 아반떼와 큰 차이 없다면 굳이 PYL을 내세울 이유가 없겠죠. 그런 면에선 벨로스터 터보가 성능으로 차별화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남들이 잘 타지 않는 차를 사는 사람들에게 사야 할 ‘이유’를 주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PYL 혜택이 생소한 게 많습니다. 이런 행사도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고요.” 그의 말이다. 그동안 실제 소비자가 느낀 솔직한 심정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인식되는 것 같다.
현대차는 PYL 오너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신사동 가로수길에선 이달 22일까지 행사를 연다. 또한 이달 말엔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서도 ‘PYL The Factory’ 체험공간을 꾸민다. 이곳에서도 방문자들을 위한 차별화된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며, 특히 ‘PYL 핸드프린트 아트카’도 아티스트들의 추가 작업을 거쳐 전시된다. 오픈 기념 사전 이벤트에 참가한 사람들이 직접 꾸민 이 차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를 더할 계획이다.
한편, 이외에도 현대는 패션 리더들이 PYL 차종에 어울리는 패션 아이템을 추천해 놓은 ‘PYL 스타일존’, 벨로스터를 새로운 개념으로 재해석한 ‘벨로스터 아트카’, 일러스트레이터 김아람, 그래픽 아티스트 옥근남, 275C 등 젊은 예술가들이 참여한 다채로운 예술 작품 등을 함께 선보였다.
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