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1주년 특집3-창조, 기업에서 배운다]리암 맥스웰 영국 CTO "중소기업과 `디지털 정부` 구현"

“아름답고, 효율적이면서 사용하기 쉬운 디지털 정부 서비스를 만들려고 합니다.”

청바지 차림에 배낭을 메고 나타난 리암 맥스웰(Liam Maxwell) 영국 정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영국 정부의 디지털 개혁 배경에 대해 이렇게 운을 뗐다. 첫 인상은 고리타분한 정부 관료보다 긍정이 넘치는 스타트업 대표에 가깝다. 생각을 읽은 듯 그는 이내 “우리는 정말 하나의 스타트업입니다. 정부 내에서 말이죠.”라며 미소를 띤다.

리암 맥스웰 영국 정부 최고기술책임자(CTO)
리암 맥스웰 영국 정부 최고기술책임자(CTO)

◇`디지털 정부` 만드는 영국 정부의 혁신가

리암 맥스웰은 영국 정부 사상 첫 CTO다. 자신의 조직을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에 비유한 이유 중 하나다. CTO 조직은 영국 중앙 정부의 공공 서비스 디지털 수준을 높이는 넓은 범위의 디지털 개혁을 이끌고 있다. 정부 서비스의 기본 틀 자체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꾸는 구조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중이다.

맥스웰 CTO는 “디지털 정부는 기술을 통해 국민 복지를 증진하는 장기 계획의 일환”이라며 “향후 2년간 25가지 주요 정부 업무를 `디지털화`하는 대대적인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크게 세 가지 역할을 맡고 있다.

첫 번째는 중앙정부의 IT서비스를 만드는 일이다. 새로운 기술 도입과 개발 방향을 세운다. PC를 구입하는 일부터 모바일 기기, 네트워크와 인프라, 데이터센터를 더 잘 운영하고 쓰는 일까지 관여한다.

두 번째는 공공 직원들이 IT를 더 잘 쓸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맥스웰은 가격 거품이 큰 `아웃소싱` 대신 정부 내부 역량을 키우는 `인소싱`을 택했다. 그는 “과거엔 대부분 기술을 아웃소싱으로 구하다 보니 매우 비쌌다”며 “직접 직원들의 역량을 높이거나 새로 고용해 내부 개발팀을 갖췄다”고 말했다.

세 번째 업무는 교육이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잘 쓰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비싼 컨설팅` 없이도 상용 서비스까지 잘 다룰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공공 정부 조직이 추진하는 IT프로젝트를 어떻게 잘 추진하고 새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을 운영하고 승인한다. 일종의 `룰북(Rule Book)`에 따라 디지털 서비스를 만들고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법 전반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생태계 적극 조성…“한국 통신 환경은 벤치마킹 대상”

맥스웰 CTO가 이끄는 영국 디지털 정부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중소기업을 중심에 둔 IT 구매 시스템이다. 맥스웰 CTO는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비롯한 중소기업 성장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영국 정부의 대표적 시스템 중 하나인 `G클라우드`는 영국 정부의 클라우드 IT 구매는 중소기업이 다수 등록해 있는 `클라우드스토어(Cloudstore)`에서 이뤄진다. 등록된 기업의 80%가 중소 기업으로 공공기관과 지자체 등이 이 스토어에서 제품을 구매한다. 올해 초부터 영국 정부는 클라우드 제품을 우선 고려하는 `클라우드 퍼스트(Cloud First)` 전략을 펼치고 있다.

맥스웰 CTO는 “비용을 줄이면서 더 좋은 품질의 거래를 할 수 있고 더 경쟁적인 공급환경이 만들어졌다”고 그 효과를 설명했다. 영국 정부의 G클라우드 시스템은 세계 각국 정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국 정부는 한국이 가진 크게 세 가지 경쟁력을 꼽으며 `배워야 할 나라`라고 말했다. 맥스웰 CTO는 지난 7월 한국의 경쟁력을 배우기 위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와 통신사 등 기업을 둘러봤다.

우선 모바일 통신 기술력이다. 맥스웰 CTO는 “한국이 어떻게 4G 모바일 통신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알고 싶다”며 “아직 우리는 4G 통신을 갖추지 못했고 모바일로 인터넷 사용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정책을 바꾸고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통신 환경을 바꿀 것”이라며 “더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의 `오픈소스` 경쟁력이라고 꼽았다.

맥스웰 CTO는 한국이 오픈소스 활용과 적용에서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 개방된 형태로 활용하는 오픈소스 플랫폼 측면에서 한국을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조업 생산 역량이다. 한국의 주요 제조 기업들이 가진 생산 능력을 말하는 것이다. 과거 산업혁명을 일으킨 제조 혁신 발원지 영국이 한국의 생산 역량을 높이 평가한다는 데 남다른 의미가 있다.

또 교육 시스템도 배우고 싶다고 강조 했다.

맥스웰 CTO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매우 인상적이고 우리가 주의깊게 배우고자 하는 것”이라며 “기술 교육도 매우 발달해 있으며 삼성전자 등 기업의 교육 환경도 알고 싶다”고 말했다.

런던(영국)=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