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성장통 겪고 있는 전력거래 시장

민간발전시대의 명암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거래 가격을 둘러싼 제도적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 데에는 우리나라의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중도에 멈춰선 이유가 크다.

전력거래소 한 관계자는 “국내 전력거래 시장은 최종적으로 공급측(발전사)과 구매측(판매사)이 상호 가격을 제시하고 양방향 계약을 통해 거래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지금은 발전부문만 경쟁이 도입돼 일방적인 가격제시로 시장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공급부문은 민간기업까지 참여해 경쟁을 벌이는 반면, 판매부문은 정부가 유일 사업자인 한국전력을 사실상 통제, 정책적 의지를 시장에 반영하면서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민간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시장을 정책방향에 맞춰 움직이려고 하다 보니 충돌이 발생하는 셈이다. 때문에 매번 전력시장 제도에 변화를 줄 때 마다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의 민간기업의 영업활동에 대해 정부가 수익을 제약할 수 있느냐?`라는 원론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전력당국은 최근 일련의 논란이 전력거래제도 개편을 위한 성장통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전력거래 제도 변화 작업의 일환으로 계약거래제도 도입을 추진, 당초 구조개편의 목표였던 양방향 계약을 표면화하고 있다. 계약거래는 발전사와 한전이 일정 기간 동안 사전에 계약한 가격에 전력을 거래하는 제도로, 한전도 구매 전력에 대해 원하는 가격을 발전사에 제시할 수 있다.

9·15 순환정전까지만 하더라도 계약거래는 국내 전력시장에서 매력도가 크지 않았다. 전력이 부족하니 발전소 가동률은 좋았고 그만큼 시장가격이 오르니 마진폭도 컸다. 시장거래가 로우리리크 하이리턴 추세를 보인 만큼, 굳이 로우리스크 로우리턴의 계약거래는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전력가격에 상한선이 생기면서 과거와 같은 수준의 하이리턴은 기대할 수 없고, 신규 석탄화력과 LNG 설비 증설로 경쟁 리스크 또한 커졌다. 전력사용량이 오른다 싶으면 정부가 절전규제를 시행해 전력가격은 보합상태를 보인다. 천정부지 치솟는 전력가격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발전량 중 50% 가까이를 시장거래가 아닌 한전과 전력구매계약(PPA)으로 판매하는 GS EPS의 2분기 영업실적이 타 민간발전사와 달리 증가세를 보인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력공급 안정화와 전기요금 인상 억제를 위한 정책적 강제성으로 전력거래 제도에 변화가 있긴 했지만, 그 변화로 원가반영 중심의 시장에 새로운 거래방식이 들어 올 수 있는 여건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