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안 정말 올까` 싶던 2020년이 불과 7년 앞으로 다가왔고 공교롭게도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를 언급하는 기업들은 입을 맞춘 듯 하나같이 `2020`이라는 숫자를 자율주행 시대로 들어서는 관문처럼 이야기한다. 그만큼 남 몰래 연구와 실증을 진행해왔다는 것이고 자신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에게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 운전하는 차는 어느 날 아침 우리 앞에 문득 나타날지도 모른다.
2013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의 주요 줄기 가운데 하나는 자율주행자동차였는데, 뜻밖에도 부품 업체인 보쉬가 자율주행차를 전시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BMW 자동차에 전면 레이더 센서 4개와 스테레오 카메라, 벨로다인 센서 등을 장착한 이 실험 차량은 독일 내 고속도로에서 1년 반이나 주행한 경력이 있다. 보쉬 측은 주행 거리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지만 18개월이면 결코 짧은 거리를 달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보쉬 관계자는 이 차를 `부분 자율주행자동차`라고 불렀다. 스스로 운행을 하기는 하지만 고속도로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차선 변경 정도를 할 수 있는 제한된 기능을 가졌다는 의미다. 고속도로는 자동차 전용도로로서 보행자나 자전거 등 돌발변수가 적고 신호체계가 복잡하지 않다는 점에서 일반 도로보다 자율주행 구현이 훨씬 쉽다고 한다.
보쉬는 자율주행차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2020년을 언급하긴 하지만 단번에 자율주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환상을 품지는 않는다. 대신 단계적 접근을 강조한다. 우선 2년 안에 완전무인자동주차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2단계로 2020년까지 부분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차선 변경 등이 자율적으로 가능하지만 필요한 경우 즉시 운전자가 개입하도록 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2020년 이후 완전 자율주행자동차를 상용화하기로 했지만 구체적 시점을 밝히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시험 주행을 했다는 소식이 하루 빨리 들려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