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2011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박사급 인력의 64%인 5만4000여명이 대학에 근무한다고 한다. 지식재산(Intellectual Property) 생산이 상당수 박사급 인력에서 이뤄진다고 본다면, 대학의 효율적인 IP 창출 환경 조성은 지식산업 기반 창조경제를 성공시키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대학에서는 산학협력단이 주로 IP 창출 환경 조성과 관리를 전담한다. 여러 대학이 변리사를 채용해 전문성을 높이고, 정기적인 산학연 협력 기회를 만들어 기업으로의 기술이전에 힘을 모으고 있다. 담당자들을 다양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역량을 강화한다. 그럼에도 아직 선진국에 비해서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대학 IP 관리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글로벌 IP 선도 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몇 가지 제언하겠다.
우선 기술이전에 대한 인식 재정립이 필요하다. 미국 대학은 통상실시권 설정해 기업 상황에 따라 기술이전료를 유연하게 책정한다. 기술 활용을 우선 생각해 이전료에 얽매이지 않는다. 반면에 우리는 당해년도 기술이전 수익확보(정부 과제 업적 평가에 대응)를 위해 통상실시권 설정보다는 특허를 양도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또한 특허 양수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특정기업만 기술을 활용하는 상황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산업발전을 저해할 소지가 있다. 따라서 기술이전료보다는 수요기업의 기술 상업화 가능성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대학(정부) IP 담당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대학 산학협력단 조직의 전문성 강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단장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박사급에 버금하는 전문성과 MBA 또는 로스쿨을 나왔고, 다년간의 기업 근무 경험을 갖고 있다. 최근 변리사를 채용, 전문성을 강화하고 있는 대학도 일부 있지만, 상당수는 우수기술에 대한 가치평가를 외부전문가들에게 의뢰하고 있어 발명자로부터 만족할 만한 신뢰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구성원의 전문성, 책임감, 업무의 연속성, 기동성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IP관리와 서비스의 중심이 될 인력 양성에 적극 투자해야한다. 최근 여러 대학에 특허청의 지원을 받은 IP석사과정이 설립돼 운영 중이라 양적으로는 늘었지만 질적 보완이 요구된다. IP는 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법과대학 위주로 설립된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IP의 특성상 기술, 경영 등 다양한 분야 간 융합적인 학과운영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보다 많은 기술계 학생의 참여를 유도하는 시책, 적극적인 국내외 현장경험 얻기 위한 프로그램 내실화 등이 필수적이다.
IP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도 시급하다. 대학연구재단이 2012년 펴낸 `대학연구활동 실태보고서`에는 IP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다. 총장을 비롯, 보직자들의 인식제고를 위한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실시된 전자신문의 대학지식재산경쟁력평가 프로그램은 IP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IP경쟁력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대학의 핵심 책임자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믿는다.
미국 대학은 발명 신고 대비 특허 출원이 60%, 일본은 절반 정도다. 우리는 연구과제와 대학·교수 평가에 특허출원을 포함시킴으로써 기술 이전, 상업화 가능성이 없는 특허도 상당수 출원되고 있다. 이로 인해 관리 비용이 늘고 인력 낭비 문제가 발생해 부족한 예산에서 양질의 특허가 출원될 기회를 빼앗고 있다. 단순한 특허출원 수가 아닌, 기술이전을 통한 사회공헌도를 평가지표로 삼는 등 거시적 안목에서 평가제도가 개선돼야한다.
4~5년 내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완수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업이다. 단기적 성과도 매우 중요하지만 인력양성사업은 바로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 배출된 인력은 고스란히 남아 5년 후에도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강철희 고려대 명예교수 chkang@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