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내 한 소프트웨어(SW) 기업 사장은 더이상 삼성전자에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공정한 평가 절차를 거쳐 자사 SW가 최종 선정됐음에도 삼성전자에서 외국계 IT 기업을 통해 제품 공급을 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측은 국산 SW가 좋은 것은 인정하지만, 외국계 기업들의 텃새를 견제해 주기 어려우니 아예 외국계 기업과 손잡고 들어오라는 얘기였다. 국산 SW를 도입하면 1년도 안 돼 외국계 기업들이 국산 SW와 유사한 기능의 제품을 공짜 수준으로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산 SW를 보호해 주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실상은 다르다. 국산 SW 기업은 100을 주고 판매할 수 있는 것을 외국계 기업을 통해 공급함에 따라 70만 손에 쥐게 된다. 또 외국계 기업을 통해 공급한다고 하더라도 장기 공급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이 회사 사장은 “사실상 부모가 자식에게 세상이 너무 험난한데 내가 지켜주긴 힘들고, 폭력조직에 가입을 권유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국산 SW 기업은 `옵션`으로 제공할 계획이었던 제품을 비용 없이 지급하는 것으로 최근 전략을 수정했다. 국내 대부분의 기업 고객들이 “국산 제품에 무슨 옵션이 있느냐”며 기존 제품에 넣어 같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기능은 외국계 기업들이 비싼 비용을 받고 옵션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다. 회사는 해외 시장에서만큼은 별도 옵션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이 국산 SW를 홀대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홀대 받는 것이 아니라 `국산` 제품이라는 이유로 평가 절하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최근 중국에선 `노인권익보장법`을 실시했다. 부모를 괄시하거나 홀대하지 말아야 하고 자주 찾아뵐 것을 규정한 일종의 `효도법`이다. 자식의 도리는 법률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중국은 더 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이다. SW 산업에도 `국산SW권익보장법`이 필요해 보인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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