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노베이션 DNA]고객맞춤형 칩 만드는 AMD 세미커스텀 사업부

모든 기업은 새로운 제품 개발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다. 회사 내 인력과 기술력, 지식재산을 모두 모아 미래 경쟁력을 높이려고 매달린다. 기술과 인력이 부족한 기업은 인수합병(M&A)에 거금을 들이기도 한다. 경쟁사를 압도할 제품 확보는 그만큼 기업 생존과 직결된다.

[글로벌 이노베이션 DNA]고객맞춤형 칩 만드는 AMD 세미커스텀 사업부

오는 11월 본격 출시를 앞둔 소니의 신작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4`에 AMD 세미커스텀 사업부가 개발한 APU가 적용됐다. 지난 19일 일본에서 열린 도쿄 게임쇼 참가객들이 PS4를 촬영하고 있다.<도쿄(일본)=AP연합>
오는 11월 본격 출시를 앞둔 소니의 신작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4`에 AMD 세미커스텀 사업부가 개발한 APU가 적용됐다. 지난 19일 일본에서 열린 도쿄 게임쇼 참가객들이 PS4를 촬영하고 있다.<도쿄(일본)=AP연합>

핵심 제품 개발을 반드시 자사 역량만으로 해야 할까. 다른 기업 역량을 합쳐 새로운 혁신을 만들 수는 없을까. AMD 세미커스텀 사업부는 이런 고민에서 출발했다. 흔한 공동 연구개발이나 합자회사가 아니다. AMD는 고객사 핵심 역량을 제품 개발에 녹이는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었다.

◇고객사 역량을 내 것으로

AMD은 전통적인 CPU 제조회사다. 고객 인식도 마찬가지다. PC에 들어가는 칩을 만드는 회사로 포춘 선정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지만 생존을 위해선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했다. PC 시장의 쇠락으로 위기감이 커진 지금은 더욱 그렇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따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도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많은 OEM 업체가 차별화에 골몰하고 있지만 사실상 표준 부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렵다.

AMD는 고객맞춤형 제품생산으로 OEM 기업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다. 핵심은 세미커스텀 사업부다. 자체 지식재산에 칩 설계를 의뢰하는 고객사가 가진 노하우를 더해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작한다. 프로세서와 그래픽, 멀티미디어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AMD 특허 4565건에 고객사가 가진 다양한 지식재산을 결합한다. 고객사와 협업해 제품개발 한계를 뛰어넘는 고객맞춤형 솔루션 제공이 목표다.

AMD가 보유한 지재권, 디자인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사의 지식재산을 더해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하는 만큼 모든 프로젝트가 결과물이 다르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는 세미커스텀 APU(Accelerated Processing Unit)가 처음으로 적용된 사례다.

AMD는 소니를 위해 최신 APU 기술을 최대한 활용했다. 최신 AMD 저 전력 CPU `재규어` 코어를 비롯해 초당 연산속도가 2테라플롭스에 달하는 AMD 라데온 그래픽 카드 관련 기술을 썼다. AMD는 기존 PC와 스마트패드에 사용되는 APU 기술을 게임 콘솔에 적용해 개발자가 병렬 처리(Parallel Processing) 기술과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보다 쉽게 하고, 보다 빠르고 유동적인 그래픽 체험을 돕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원`에도 AMD APU가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저전력 재규어 컴퓨팅 코어와 라데온 그래픽 프로세싱 기술을 사용하지만 메모리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디지털 저작권 관리(DRM:Digital Rights Management)기술도 차이가 있다. 고객사의 필요와 보유 지식재산이 상이하기 때문이다.

칩 설계와 개발에는 큰 투자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AMD 세미커스텀 사업부는 기존 보유하던 다양한 IP 및 설계 모듈을 활용해 시스템온칩 (SoC) 프로세서를 디자인해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세미커스텀 사업부, AMD의 핵심으로

AMD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만큼 세미커스텀 사업부에 대한 기대도 크다. 최고 인재를 모아 최고 수준의 대우와 투자를 병행한다. AMD에서 가장 유능한 칩 설계자 및 엔지니어들을 모집해 개별 고객 프로젝트에 전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세미커스텀 사업부 규모는 대략 수백 명에 이른다. AMD는 지속적으로 새로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칩 설계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인다는 계획이다.

성과도 뚜렷하다. PC를 넘어 게임 콘솔에 진출했다. AMD의 컴퓨터 프로세싱과 최신 그래픽 프로세싱을 단일 하드웨어에 결합한 APU가 게임 콘솔에서 진가를 발휘할거란 기대다. 오는 11월 소니와 MS가 나란히 플레이스테이션4와 엑스박스 원 판매를 시작하며 콘솔 업계 빅뱅을 이끈다.

업계는 업계 라이벌의 차기작 출시에 게임 콘솔시장 규모가 32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AMD가 숨은 최고 수혜자다. 세미커스텀 사업부 비중도 커진다. AMD는 올해 4분기 말 세미커스텀 사업부 수익이 전체의 2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와 MS의 차세대 콘솔에 제공한 세미커스텀 SoC 솔루션이 하반기 매출의 주요 원천이다.

AMD 관계자는 “세미커스텀 사업부를 중심으로 AMD가 빠르게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며 “AMD가 지재권과 반도체 디자인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세미커스텀 사업부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