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PC 구매자, "OS 없는 깡통 컴퓨터로 주세요"

운용체계(OS)를 탑재하지 않은 노트북PC가 성장 정체기를 맞이한 PC시장에서 새로운 활력이 되고 있다. 노트북PC 구매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윈도8와 같은 OS를 설치하지 않고, OS 가격을 뺀 가격에 신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3일 PC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OS를 탑재하지 않은 이른바 `깡통 노트북PC`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용자가 직접 OS를 구매해 설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운드카드, 디스플레이, 그래픽카드 등 핵심 부품을 구동하기 위한 각종 드라이버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에서 PC유통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PC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2030 고객층을 중심으로 OS 미탑재 노트북PC 판매량이 늘고 있다”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 PC 제조사도 OS 탑재 모델과 미탑재 모델을 함께 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OS 미탑재 노트북PC 수요가 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OS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만큼 제품 가격을 낮출 수 있어 기존 OS 탑재 제품군보다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할 수 있다. 국내외 PC 제조사가 잇따라 OS 미탑재 제품군을 선보이는 이유다.

`인민에어2`라는 별칭으로 알려진 한성컴퓨터 `U34X ForceRecon 2350`의 OS 미탑재 모델은 한 오픈마켓에서 66만원대(mSATA 120GB SSD 탑재 모델 기준)에 판매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7·8를 탑재한 모델 판매 가격은 79만원대를 웃돈다. 모든 기술규격(스펙)이 동일한 제품이 OS 탑재 여부에 따라 13만원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셈이다. 또 다른 PC 유통점 관계자는 “PC 활용 지식이 어느 정도 있는 사용자라면 비슷한 성능이면 저렴한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LG전자는 4세대 인텔 하스웰 i5 프로세서를 탑재한 울트라북 `XNOTE 13ZD930-GX60K`를 OS 미탑재 모델로 130만원대 가격(오픈마켓 기준)에 선보였다. 프로세서, 해상도, 그래픽카드 등 비슷한 기술규격을 갖추고 MS 윈도8를 탑재한 경쟁사 제품보다 무려 40만원가량 저렴하다.

PC업계 한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업체가 공급하는 OS 가격, PC제조사의 부가 프로그램 가격, OS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건비 등 제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며 “OS 미탑재 노트북PC가 기존 OS 기본 탑재 제품보다 평균 10만~20만원 저렴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MS 윈도, 맥(Mac)OS, 리눅스 등 다양한 OS가 등장하면서 사용자 선택권이 넓어진 것도 OS 미탑재 제품 수요가 증가한 이유다. 사용자가 활용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OS를 선택해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존 OS 구매자나 리눅스 사용자 등이 OS 미탑재 제품을 선호한다”며 “웹 하드 방식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OS를 내려 받아 설치하는 사용자도 있기 때문에 불법 소프트웨어가 확산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