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요? 내년에 열리긴 해요? 올해가 마지막이란 얘기가 있던데…”
현재 영암 F1 서킷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당연히 열릴 거라 생각하는 쪽도 있지만, 여론은 내년 봄으로 잠정 결정된 ‘2014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리는지 그 자체에 관심이 쏠린 상황이다.
개최 시기가 아닌 개최 여부에 관심이 모인 건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다. 우선 내년 4월로 정해진 일정을 F1 조직위원회가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유리한 일정으로 바꾸려면 거액의 개최권료를 내야 하지만, 그렇다고 4월 개최를 덥석 수락하기도 쉽지않다. 대회 수익창출을 위한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에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적 불리함을 떠안으면서도 대회를 열어야 하기에, 명분이 뒷받침 되지 않아 개최 자체에 관심이 쏠린 것이라 볼 수 있다.
▲ 2014시즌 스케줄 - 코리아그랑프리에 불리
5일, F1 공식 홈페이지(F1.com)에 공지된 내년 시즌 스케줄에 따르면 첫 경기는 3월13일부터 16일까지 호주에서 열리며, 한국 그랑프리는 바레인, 중국경기에 이어 시즌 5라운드로 4월25일부터 27일까지 영암 F1 서킷에서 열린다. 이후 스페인 카탈루냐 서킷으로 자리를 옮겨 여섯 번째 라운드를 치러야 한다.
이에 영암 서킷에서 기자와 만난 박준영 전라남도지사는 “내년 봄에 대회를 개최해야 하는데 걱정이 크다”며 말문을 열며 “이번 대회를 마치고 이어 몇 달 만에 내년 대회 마케팅 활동을 펼쳐야 하는데 이 부분이 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대회 일정을 미루는 걸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박 도지사의 이 같은 우려는 단순하다. 돈 때문이다. 올 시즌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10월4일부터6일까지로, 6개월만에 다시 열리는 내년 봄 대회가 부담이라는 얘기다. 기업들이 비용을 내고 대회에 참여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본 것.
또한 매년 대회를 열며 다양한 스폰서십 활동을 펼치지만, 그동안 쌓인 적자를 해소하기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대회 첫 해인 2010년 약 720억원, 2011년 약 610억원에 이어 지난해 약 380억원 등 총 1,700억원대의 적자가 누적됐다. 여기에 올해 대회도 200억원 이상 적자가 예상돼 F1 대회 개최 자체에 부정적 여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책은? - 뉴저지, 멕시코와 경쟁서 살아남아야…
외신도 이런 점을 꼬집으며 내년 개최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영국 스포츠 채널 스카이스포츠는 지난 2일(현지시간) F1 조직위원회 관계자 인터뷰에서 “내년 한국 대회 개최 가능성은 50%”라고 전했다. 관중 동원력 부족과 매년 큰 폭의 적자를 근거로 들었다.
이를 두고 업계 일각에선 내년 봄으로 스케줄을 옮긴 건 FOM에 지불하는 “개최권료를 깎기 위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벌어들이는 게 적으니 쓰는 걸 줄이겠다는 뜻일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실제 F1 조직위원회는 대회 개최를 미루는 걸 추진 중이다.
이에 조직위 관계자는 “4월로 스케줄이 발표되긴 했지만, 아직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다”며 “5월 말로 미루는 걸 논의 중”이라 밝혔다. 5월30일부터 6월1일까지 열리는 미국 뉴저지 그랑프리도 서킷 공사가 끝나지 않아 개최 여부가 확실치 않다. 조직위는 이를 노릴 심산이다.
그렇지만 5월 개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동선 때문이다. 모나코(유럽)에서 대회를 마친 뒤 다음 주에 한국(아시아)에 왔다가 다시 1주일 만에 캐나다(북미)로 가야 하는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보통 F1 대회는 선수와 팀들의 이동을 고려, 비슷한 지역을 돌아다니도록 스케줄을 짠다.
▲선수들 “서킷 좋지만 관중 적고 너무 멀어 불만”
지난 3일, 영암 F1 서킷 적응 주행을 마친 선수들은 4일부터 열리는 2013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 “서울에서 멀지만, 주변 경관도 좋고 즐거운 곳”이라 소감을 밝히며, 내년 시즌에 대한 우려도 함께 내비쳤다.
이 자리에서 루이스 해밀턴(메르세데스 AMG 페트로나스)은 “서울에서 먼 탓에 우리가 원하는 수만큼 관중이 오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고, 로메인 그로장(로터스)도 “서울에서 너무 멀다”고 거들었다.
2013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열리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은 전라남도 ‘영암’에 있다. 서울에서 약 350km쯤 떨어져 있으며, 해남 땅끝마을에선 약 20km쯤 거리다. 지난 2010년 처음 문을 열고 1회 대회를 치른 이곳에선 풍요로운 영암호를 배경으로 머신들이 굉음을 뿜어낸다.
선수들도 내년 시즌에 대해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내년 인도그랑프리가 빠지고 대신 러시아와 멕시코 그랑프리 일정이 추가되며 올해 20경기에서 내년22경기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마싸와 해밀튼은 “선수 입장에서 경기가 늘어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일정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히며, “내년 시즌이 길어지기에 팀에겐 꽤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 전했다.
아직 경기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건 코리아그랑프리를 비롯, 서킷 공사 중인 미국 뉴저지와 멕시코시티 등 3개 대회다. 만약 두 서킷이 제때 완공되고, 대회 준비절차가 끝나면 현재 일정을 바꾸기 어려워 보인다.
조직위 계획처럼 일정을 바꾸려면 다른 대회를 능가하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이미 정해진 스케줄을 다 뒤집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엄청난 관중동원 혹은 큰 금액의 개최권료 지불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정상 개최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도 사람들의 시선은 온통 ‘부산 영화제’에 쏠려 있다. 지자체간 협력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조직위는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현재 상황을 해결할 `묘법`을 기대해 본다.
영암(전남)=박찬규 RPM9 기자 sta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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