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인사가 만사다](https://img.etnews.com/cms/uploadfiles/afieldfile/2013/10/07/483292_20131007195103_981_0001.jpg)
정부출연 및 국책연구기관 일부가 최근 인사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표 강요와 공모지연, 내정설 등으로 과학기술계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해당 기관은 드러내놓고 얘기는 못하고, 그렇다고 잘못 가는 걸 뻔히 알면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창조경제 시대에 맞는 전문기관의 위상을 세우겠다고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나왔다.
출연연에서는 시금석으로 여겨졌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관장 공모부터 꼬인 셈이다. 인사결과는 이미 예측했던 대로였다. 과학기술계 밑바닥 정서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여론이 이는 이유다.
누구에게나 맡은 바 책무가 있듯 학계나 과학기술계에서 퇴직한 원로라면 의당 후배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게 과학기술계가 바라는 원로의 `듬직한` 상이다.
과학기술계 속앓이 2탄은 기관장 잇단 사표다.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사표에 이어 한국기계연구원장마저 급기야 사직서를 냈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새 술을 새 부대에` 담고 싶은 고육지책의 결단으로 볼 수 있겠지만, 최문기 미래부 장관의 전문성과 R&D 지속성 보장이라는 측면에선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은 밀실 및 내정인사설로 시끄럽다. 인사추천위원회 3배수 후보 날짜와 절차는 공개됐지만 후보명단을 둘러싼 여러 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3배수 발표결과 정작 소문이 실제와 다른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모 기관장이 총대를 메고 나머지 2명을 들러리 세웠다는 소문이 돌았다. 내정설을 무마하기 위해 내부직원이 지원자 접수부터 발표까지 `절차적 묘안`을 짰다는 얘기도 나왔다.
일각에서 특구재단 인사파동을 초래한 인사에 대한 책임론이 거론되는 이유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기관장 공모도 아리송하다. 황주호 전 원장이 지난 주 대학으로 돌아갔지만 이사회는 언제 열릴지 결정되지 않았다. 세계김치연구소는 9개월째 기관장 자리가 비어있다.
인사란 과학기술계 어느 한쪽의 논리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의 공감대라는 게 있다. 바로 전문성이다.
인사가 곧 만사다. 객관적이고 능력 있는 인물 선발에 정부가 더 세심하게 공을 들여야 하는 이유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