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창조경제 실현 도구 `SW혁신전략`, 업계는 "맥 빠져"

정부 SW 혁신전략 들여다보니

박근혜정부의 소프트웨어(SW) 전략 로드맵이 최종 확정됐다. 창조경제 실현 도구로 SW를 지목, `SW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이번 전략은 향후 5년간 SW산업을 결정할 큰 그림으로서 미래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전략이다. 당초 6월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10여 차례 이상 수정과 검증 작업을 거쳐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이슈분석]창조경제 실현 도구 `SW혁신전략`, 업계는 "맥 빠져"

`SW 혁신전략`은 SW 기초체력 다지기에 초점을 둔 정책이다. 인력 양성과 연구 개발 확대, 조기 교육 등이 핵심이다. 이와 함께 SW업계 숙원과제였던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도 진일보했다. 지난 SW정책 가운데 업계 만족도가 높았던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사업은 글로벌크리에이티브소프트웨어(GCS) 사업으로 재현됐다.

업계는 인력·시장·생태계를 아우르는 이번 혁신전략을 놓고 정부의 SW산업에 대한 강력한 육성의지는 확인했으나, 구체적인 이행방안이나 SW시장의 불공정 관행을 없앨 수 있는 법적 장치는 없다는 점에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장기 계획들 위주여서 단기 대책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전략이 당장 업계의 가려운 등을 긁어줄 `효자손` 같은 역할을 하진 못한다는 평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SW혁신전략을 실행하기위한 내년도 예산으로 3609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인력…중요성은 `인정` 해결책 `부족`

정부는 이번 혁신전략에 무엇보다 인력 양성과 교육 강화에 가장 많은 공을 들였다. 자체 조사 결과 2017년까지 SW 관련 인력 신규 수요가 22만명 정도 필요한데 현 상황으론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관 협력으로 2017년까지 신규 SW 인력 10만명을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학 복수전공 지원 △SW 전공인력 장학금 지급 △SW분야 대학연구센터 확대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 어릴 때부터 누구나 SW를 배우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온라인 및 TV 교육, 창의캠프 등도 진행한다. SW 저변확대를 위해서다.

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인력 양성 지원 방침에 대해 필요성은 인정하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W인력이 부족하다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기관 등을 설립한다는 것은 SW인력이 부족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원인은 도외시한 채 현상에만 집착한 해결 방안”이라며 “SW인력 부족의 근본 원인은 SW관련 직업의 매력이 없고, 이에 따라 학생들이 IT 관련 직종에 진출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W 관련 직업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부정적으로 형성돼 있는 현 상황에선 교육기관과 교육기회를 늘린다고 해서 학생들이 SW 교육을 반길 리 없다는 주장이다. 국내 SW기업들이 돈을 잘 버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하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박일준 미래창조과학부 SW정책관은 “대기업, 중소기업, SW 기업 등 모든 SW 관련 기업들이 공통으로 요구했던 부분이 바로 `인력` 문제였다”며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SW에 대한 중요성을 어릴 때부터 인식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조기 SW 교육을 계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교육부와 공동으로 `초·중등 SW교육 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SW를 정규 교과과정에 반영하고, 수능 선택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대기업과 국산 SW간 협업은 “대기업만 수혜”

정부는 자동차 등 주력산업 분야와 국산SW 간 융합을 촉진해 신 수요를 적극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선박 등 주력산업 분야에 SW혁신센터를 2017년까지 7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국방 분야는 기획 단계부터 국산SW 적용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고, 위성 분야의 경우엔 2017년까지 국산화율을 90%로 향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동차, 선박, 플랜트 등 분야별 대기업과 SW 중소기업 간 협업 촉진은 결과적으로 대기업의 배만 불려주는 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업계는 융합 산업을 통한 임베디드 SW 시장이 확대되는 것도 좋지만, SW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지원 전략은 부족했다는 데 아쉬움을 내비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선 대기업과 중소SW기업 간 대등한 파트너가 될 수 없는 구조”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 촉진은 단기적인 성과는 얻을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SW산업 육성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SW기업 간 협업이 장기적인 SW산업 육성으로 이어지려면 중소 SW기업이 개발한 SW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강력하게 행사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며 “SW의 추가 도입 및 확대, 추가 개발, 유지보수 등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기초체력 강화를 위해 R&D 투자도 확대한다. 기존 3.2% 수준에 불과했던 SW 분야 연구개발비중을 6%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2017년까지 최대 4000억원을 투입해 세계 3위 이내 글로벌 SW전문기업 육성을 위한 GCS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GCS는 사실상 기존 WBS 사업의 확장판이다.

◇생태계…유지보수 요율 현실화, 실효성은 의문

정부는 이번 SW혁신전략에서 정부가 구매하는 상용SW의 유지보수요율을 현행 8%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SW 제값 받기를 위해 풀어야할 1순위 과제로 언급돼 왔던 낮은 유지보수요율을 조금이나마 개선했다는 데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가 당장 이같은 요율 인상에 따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년도 정부부처의 정보화예산이 작년과 비교해 늘지 않은 상황에서 SW유지보수비용만 확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지보수요율을 올리는 것 만이 능사가 아니라 통합유지보수사업이라는 틀에 얽매여 SW기업이 책정된 유지보수 예산의 50%도 받아 오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공공SW 하도급 구조 개선과 민간 SW 시장 불공정관행 개선을 위한 내용도 이번 전략에 포함했다. SW산업법을 개정해 SW사업 전체를 하도급하는 것을 제한하고, 일부 하도급의 경우에도 부당단가인하가 우려되는 경우 발주기관이 사전 승인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업계는 SW산업의 불공정관행 개선을 위한 대대적인 개선책이 없다는 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국산 SW업체 한 관계자는 “사실상 생태계 개선 부분이 가장 긴요한 조치인데 변죽만 울리는데 그친 느낌”이라며 “이번 혁신전략에서 거론된 관행은 사실상 일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그보다 더한 문제점들이 아직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SW분리발주, SW저작권 공동 소유 등 SW 기업에 필요한 각종 정책이 있었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며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려면이를 감시하고 강제하는 조직이나 기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