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벤처기업의 가장 큰 애로는 인재 부족이다. 매출 1조 규모의 선도 벤처기업인 휴맥스 등도 소위 SKY대학 출신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아우성이다. 초우량 벤처기업도 인재난인 상황에서 초창기 벤처기업에 우수인재 영입은 기대난망이다. 자금· 시장· 인재 중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는데 대부분의 경영자와 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과연 인재를 어떻게 고성장 벤처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
우선 하(下)책은 현재 상황으로 내버려 두거나 약간의 지원 대책을 내는 것이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인재는 대기업과 공공기관에 집중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성장과 일자리의 선순환은 파괴된 저성장 양극화 사회가 될 것이다. 다른 대책은 무엇인가?
중(中)책은 국민들에게 중소벤처에도 좋은 회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이들 기업을 알리는 국가적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부모의 정보력은 세계적 수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실적으로 대기업이 임금과 복지, 더 높은 브랜드를 마다하고 캠페인으로 우수 인재가 벤처기업으로 대거 이동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설사 급여와 복지와 같은 물질적인 측면에서 더 나은 대우를 하더라도 결혼 문제로 벤처행을 주저한다. 이것이 불편한 대한민국의 진실이다. 오직하면 삼성 취업에 10만, 9급 공무원 시험에 27만이 몰리겠는가?
그렇다면 상(上)책은 무엇인가? 바로 벤처기업 취업의 기대값을 대기업보다 높이는 것이다. 그 대책이 바로 주식옵션이다. 주식옵션 이외에는 고성장 벤처로 우수 인재를 유입시킬 다른 대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를 알아보자.
벤처기업협회가 주도한 코스닥과 벤처기업특별법을 기반으로 유선 인터넷 혁명을 이끈 1차 벤처 붐에서는 주식옵션을 통해서 수억을 벌었다는 선배의 신화가 대학가에 난무했다. 비록 당장 일은 고되고 급여는 삼성전자보다 뒤떨어지더라도 벤처기업이 상장하면 주식옵션을 통해서 소위 대박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2001년 미국의 IT 버블 붕괴로 야기된 한국의 1차 벤처 붐 붕괴 이후, 정부가 단행한 주식옵션 제도 변경 때문이다. 영업 흑자를 낸 멀쩡한 기업이 적자기업으로 공시되는 것이다. 회계 당국이 적자로 반영하도록 한 주식옵션 비용에 대하여 국세청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벤처기업은 회계적으로는 적자로 반영하고 세금은 세금대로 내야 된다는 기막힌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당연히 주주 이익에 반하는 제도를 상장기업 이사회가 지속하기 어렵다. 결국 상장기업의 주식옵션은 유명무실화 되어, 우수 인재 영입을 위한 벤처기업들의 전가의 보도는 사라진 것이다.
그렇다면 주식옵션을 과거와 같이 벤처 인재 유치의 강력한 수단으로 회복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 지 분석해 보자. 당국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이유로 주식옵션의 비용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준에서는 이를 국가의 선택으로 남겨두고 있다. 국가가 정책 필요에 따라서 회계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사례와 같이 회사가 보유한 지분에서 옵션을 부여하는 구주방식의 경우에는 비용 처리가 합당하다.
신주를 발행해서 주식옵션을 제공하는 경우는 비용 처리가 아니라 자본의 변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업이 증자를 할 때 액면가보다 높게 들어온 차액은 기업의 수익이 아니라 자본의 변동으로 회계 지침이 확정되어 있다. 그런데 신주 발행을 해서 들어올 자본의 미래 차액을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는가.
결과적으로 한국의 벤처기업은 인재 부족으로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의 정밀실태조사에 의하면 코스닥 상장 이후 기업의 성장은 대체로 정체되며, 최대 이유는 인재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라도 성장과 일자리의 선순환을 이룩하는 고성장 벤처를 위하여 주식옵션 제도를 재활성화시켜야 한다. 단적으로 신주부여 방식의 옵션 비용은 손익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 계정의 변동으로 처리하는 것이 창조경제 구현의 강력한 대안임을 천명한다.
이민화 한국벤처기업협회 명예 회장(mhleesr@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