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고, 부서지고" 美 태블릿PC 스마트교육 `골치`

미국 교육용 태블릿PC 보급 프로젝트가 `파손 책임 논쟁`과 `비교육적 악용`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주요 학교가 태블릿PC 보급을 중단, 혹은 재점검하면서 `모바일 교육`이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왔다.

"게임하고, 부서지고" 美 태블릿PC 스마트교육 `골치`

14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기기가 망가지거나 정작 학습에 쓰이지 않으며 비용 대비 효과가 적다는 점이 미국 교육현장에서 태블릿PC 교육 시스템이 가진 핵심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문제는 파손이다. 노스캐롤라이나 길포드 공립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태블릿PC를 나눠주던 지방 정부는 속출하는 기기 파손·불량 문제로 이달 초 결국 공급을 중단했다. 콘텐츠 기업 앰플리파이(Amplify)가 맡아 10인치 아수스 제품을 공급하는 총 사업비 3000만달러(약 321억7500만원) 규모 사업이었지만 좌초 위기에 놓였다.

1640만달러(약 175억8900만원)가 이미 쓰였지만 보급된 1만5000개의 태블릿PC 중 벌써 10%의 화면이 깨졌다. 2000여개 케이스에 결함이 생겼고 충전기 발열 문제로 플라스틱이 녹아내리기도 했다. 지방 정부는 결국 안전상 문제로 프로그램 잠정 중단을 결정했다. 변상 책임 공방도 남았다. 아수스는 해당 충전기를 글로벌 50만대 출하했지만 발열 문제는 길포드에서만 일어났으며 화면 파손 비율도 다른 학교보다 현격히 높다고 해명했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학습 이외 다른 용도로 쓰이는 문제가 심각하다. 학생의 IT수준이 학교나 공급업체를 넘어서면서 별도 보안 프로그램도 소용없다. 로스엔젤리스 교육위원회는 야심차게 진행하던 아이패드 공급 프로젝트 점검 회의를 오는 29일 연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학군인 LA 학교 통합교육구 65만명 학생에게 아이패드를 나눠주는 총 10억달러(약 1조725억원) 규모 사업의 재논의를 위해서다.

1차로 아이패드를 받은 학생들 중 300여명이 학업 용도로 맞춰진 소프트웨어 설정을 깨고 음악과 게임, 페이스북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루즈벨트 고등학교 신입생 스태파니 로메로는 “교실에서 아이패드로 카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비교육적 악용에 당황한 로스엔젤리스 교육위원회는 내년까지 1000여개 캠퍼스에 아이패드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전면 재점검한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투자 대비 효과 문제도 지적했다. 천문학적 예산이 소모되는 태블릿PC 보급이 정작 학생들의 교육에 얼마나 쓰이고 효용을 일으키는 지에 대한 확신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