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부품 변화 주기, 뜬다하면 공급과잉

스마트폰 주요 부품에서 최근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황을 누렸던 스마트폰 시장이지만 근래 교체 주기가 빨라진데다 후발 주자들이 속속 진입하며 공급 능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와 커버유리일체형(G2) 터치스크린패널(TSP), 연성동박적층판(FCCL) 등 스마트폰 핵심 소재부품 시장에 후발 업체들이 잇따라 가세하면서 시장이 공급 과잉 위기에 처했다.

LTPS는 스마트폰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에 주로 쓰이는 기술이다. 일반 LCD에 쓰이는 비정질실리콘보다 전자 이동도가 100배 이상 빨라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고 투과율도 높다. 갤럭시노트3나 아이폰5S, LG전자 G2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는 모두 LTPS 기판을 사용했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수요 증가에 따라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LTPS 생산 능력은 부족했다. 하지만 일본 재팬디스플레이가 지난 6월부터 모바라 공장의 6세대 LTPS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최근 구미의 LTPS 라인 전환을 완료했다. 중국 BOE는 LTPS 라인인 오르도스 공장을 오는 11월 장비 점등식 이후 가동한다. 중국 티안마의 5.5세대 라인, 폭스콘의 6세대 라인도 가동을 앞두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추가로 구미 라인을 LTPS로 전환한다.

이에 따라 내년이면 올초에 비해 LTPS 생산 능력이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일부 적용된 G2 TSP도 벌써부터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 G2는 수율 확보가 어려워 일부 전문 업체들만 선점했지만 최근 디스플레이·단말기·부품 업체들도 뛰어들었다. 기존 업체들도 생산 능력을 늘리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 스마트폰과 노트북PC에서 수요가 늘어난다 해도 아직 수율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익성 저하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4.3인치 기준 필름전극방식(GFF) 원가가 11.1달러, G2가 13.2달러인 것으로 분석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 핵심 소재인 FCCL도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따라 너도나도 증설에 나서며 공급 초과 위기에 처했다. 두산전자·이녹스·LG화학·한화L&C·SK이노베이션·LS엠트론·제일모직 등 주요 FCCL 업체들이 올 들어서만 생산 능력을 2배 이상 끌어 올렸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다소 꺾인 상황이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부품 시장은 기술이 융합되면서 고객까지 경쟁자로 변하는 상황”이라며 “조금 뜬다하면 앞다퉈 사업에 뛰어드니 얼마 이익을 누리지도 못하고 곧바로 공급이 초과되는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