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어제 공식 블로그를 통해 데스크톱 PC 일부 모델의 유상 수리 과정에서 잘못을 사과했다. 해당 모델 유상 수리 고객에게 수리비 전액을 환불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지난 주말 MBC 시사프로그램의 문제 제기에 대한 조치다. 잘못을 했지만 신속한 조치는 바람직하다.
삼성전자는 고객 부담을 덜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재제조부품을 써왔다고 밝혔다. 재제조부품은 중고이나 새것만큼 성능을 개선한 부품이다. 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중고부품을 재활용한 것이니 새 부품보다 싸야 마땅하다. 그런데 이 부품을 쓰고도 새 부품 값으로 받았다니 문제다.
삼성전자가 저지른 잘못은 재제조부품을 쓴 게 아니라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행위다. 삼성전자 해명대로 문제가 된 메인보드 재제조부품 분류를 잘못한 실수라 할지라도 결과적으로 소비자를 속인 셈이 됐다. 사과와 환불 외엔 딱히 할 말도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사건으로 인해 재제조부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될까 걱정된다. 온라인엔 삼성전자가 중고부품을 쓴 것 자체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크다. 중고부품이라면 무조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그대로 드러난다.
외국에선 애프터서비스(AS)에 중고부품을 적극 활용한다. 부품뿐만 아니라 제품 자체를 재활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리퍼비시(Refurbish) 제품이다. 아이폰 리퍼폰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중고제품인 리퍼비시에 대해 유독 우리나라 소비자 거부감이 세다. 새것을 지나치게 좋아하며, AS 때 고장 난 부품만 바꾸길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멀쩡한 중고부품을 재활용할 여지가 준다. 재제조부품은 이런 문제에 대한 대안이다.
재제조부품은 소비자가 더 값싸게 AS를 받을 수 있게 하고, 기업은 부품 재활용을 통해 더 효율성을 높이며, 국가 환경 보전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수단이다. 이참에 기업은 물론이고 정책당국도 재제조부품 사용과 그 이점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는 데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 이점을 소비자가 체감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신뢰가 생기며 인식이 바뀐다. 재제조부품 활용도 또한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