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기로에 선 대만 HTC가 중국에 러브콜을 보냈다.
신제품 출시를 중국에서 먼저 한다. 삼성전자·애플이 장악한 고가 시장에 집중하고 가격 경쟁은 하지 않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돌아온 HTC를 받아 줄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 남은 자리가 많지 않을뿐더러 소비자 마음도 떠나 성공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은 HTC가 최초로 전략 스마트폰을 미국보다 앞서 중국에서 출시한다며 재기를 위한 회귀라고 보도했다. HTC의 신제품 `원 맥스(One Max)`는 5.9인치 화면에 지문인식 센서를 썼으며 미국보다 3일 먼저 베이징에서 선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HTC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시장에서 이미 경쟁력을 잃었음을 상기하며 “첫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수억명의 고객이 있는 중국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분석했다. 2011년 20%에 달하던 HTC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9.4%로 추락했다.
문제는 이미 삼성전자·애플·레노버·샤오미 등이 장악한 시장 구도다. HTC의 시장 점유율은 1.7%에 불과하다. HTC의 중국 재진입이 밝은 미래를 보장할지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소비자 마음도 떠났다. 짐 류 베이징 시내 스마트폰 쇼핑객은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3년 전 만해도 HTC는 매우 인기가 있었다”며 “이제 친구들 중 그 누구도 HTC 스마트폰을 사지 않으며 삼성전자와 애플 제품을 쓴다”고 말했다. 이미 두 개의 HTC 폰을 사용해 본 그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3를 구입했다.
잭 통 HTC차이나 대표는 “모든 모바일 기업들은 이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최우선으로 공략해야 한다”며 “큰 기회가 있다”고 자신했다. HTC는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모델을 여럿 개발 중이다. 내년까지 중국 내 유통 매장을 확대하고 주요 대도시 쇼핑몰에서 판매 실적을 높일 계획이다. 중국 시장 공략은 2002년 상장 이후 지난 3분기 첫 손실을 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고 노키아·블랙베리처럼 매각되지 않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HTC는 중국 하이엔드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왕쉐홍 HTC 회장은 중국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20%를 가져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제프 고든 HTC 글로벌커뮤니케이션 총괄은 “저가 시장에 머무는 것은 현재 회사가 마주한 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화웨이와 ZTE를 비롯해 아마존까지 저가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으며 수많은 경쟁자들과 낮은 마진을 두고 싸우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말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