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기, 비데, 공기청정기 등 환경가전에서 안마의자에 이어 전기레인지 같은 주방가전까지 렌털서비스 품목도 매년 확대되고 있다. 고가 제품의 소비자 문턱을 낮추는 효과와 함께 일부 제품의 경우 과다한 위약금 문제로 소비자와 분쟁도 늘었다.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으로 불거진 `먹는 물` 문제에 대한 관심은 정수기를 냉장고, 세탁기와 마찬가지인 대표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정수기 보급율은 5대 도시 기준으로 2011년 말 56.2%에서, 2012년 말 60.2%까지 증가했다. 공기청정기 역시 매년 성장세가 완만하게 이어지며, 2012년 말에는 19.0%로 나타났다. 비데시장도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규모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보급율은 2012년 말 38.3%를 기록했다.
나아가 최근 주방 내 공기오염 및 주부건강 문제의 주범으로 가스레인지의 불완전연소가 지목되면서 웰빙 바람을 타고 전기레인지 렌털 사업까지 등장했다. 리홈쿠첸은 고가의 외국산 전기레인지 구매를 선뜻 하지 못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기레인지 렌털 사업을 출범시켰다.
안마의자도 새롭게 각광받는 대표 렌털 상품이다. 최고 1000만원대 제품이었던 외국산 안마의자를 국산화한 것은 물론 정수기와 마찬가지로 렌털 개념을 도입해 시장이 매년 2배 이상 성장하고 있다. 중소기업 바디프랜드가 올해 1000억원 매출을 내다보고, 고급 안마의자 기술을 개발했으나 고전을 면치 못했던 LG전자도 최근 렌털형태로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이들 제품은 한달에 3만~4만원 수준이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확대일로의 렌털시장과 달리 제도정비는 제자리걸음 상황으로 소비자 피해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렌털사업은 방문판매업으로 등록됐지만, 먹는물법을 제외하면 물가관리 대상이나 감시대상이 아니다.
특히 제품을 렌털하고 계약을 파기해 돌려주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비자와 사업자간 의무사용기간에 따른 위약금 분쟁은 자주 발생하는 문제다. 지난 8월에도 이로 인한 중도계약해지 분쟁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정수기 중심의 렌털계약 표준약관을 제정해 위약금 기준을 10%대로 권고하지만, 안마의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안마의자의 경우 정수기의 2배가 넘는 20~30% 위약금을 부과한다. 이때 소비자는 계약 철회에 따른 남은 위약금 부담은 물론 수거 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초기 2년은 투자 비용으로 봐야 하는 렌털 사업의 특성상 소비자의 단순변심으로 인한 해지에 따른 피해를 업체가 고스란히 떠안을 경우 20%는 최소의 위약금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한편에서는 정수기 필터 교체 등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제품들마저 무분별하게 렌털서비스를 표방하는 문제도 지적했다. 홈페이지에서도 위약금을 정확히 표시하지 않아 주요 소비자층인 노약자층의 각별한 주의도 요구된다. 저가 중국산 주문자상표부착(OEM) 제품에 비싼 가격을 매겨 렌털로 판매하는 경우마저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장기할부 판매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소유권 이전을 미끼로 저렴한 제품인 것 마냥 렌털사업을 전개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이 꼼꼼하게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