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렌털 르네상스, 1강 독주에 춘추전국시대 맞아

렌털가전 제2 르네상스

동양매직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문제로 매각이 무산되면서 렌털가전 시장은 또 한 번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동양매직 인수 주인공이 누구냐에 따라 혼전 양상을 보이는 2, 3위 그룹 순위가 바뀔 수 있다. 올해 코웨이는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연 매출 2조원을 내다보면서, 2위인 청호나이스가 3000억원대 수익을 올리는 것과 격차를 한층 벌일 전망이다. 여기에 동양매직, 쿠쿠전자, 리홈쿠첸 등 기존 중견·중소 가전 업체들도 렌털 시장에 뛰어들어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1998년 IMF 시기에 코웨이가 처음 문을 열었던 렌털 시장은 장기화된 불황 및 성장 둔화와 맞물려 가전기업의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등극했다. 렌털시장이 제2의 중흥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슈분석]렌털 르네상스, 1강 독주에 춘추전국시대 맞아

[이슈분석]렌털 르네상스, 1강 독주에 춘추전국시대 맞아

◇코웨이 1위 독주 지속, 토털케어서비스로 확대

코웨이는 3분기 예상 실적도 기대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올해 매출 목표 2조원 달성에 한발 다가섰다. 주력 부문인 정수기에서 신제품 `한뼘2`가 출시돼 실적 향상의 기대감도 높다. 코웨이는 전년 대비 각각 6.3%, 27.7% 상승한 매출 1조9200억원, 영업이익 2910억원을 목표로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정수기 기반의 렌털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최대 100여개에 이르지만, 코웨이가 시장점유율 50%를 훌쩍 넘는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청호나이스, 동양매직, 교원, 쿠쿠전자 등이 뒤를 쫓고 있지만 격차가 크며, 사실상 시장 과점 사업자나 마찬가지다. 올해 초 진행한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582만개의 업계 최대 가입자 계정을 보유하며, 고객 이탈율도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사업 시작 후 한 번도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코웨이는 이제 주방, 화장실, 욕실을 넘어 안방까지 진출하고 있다. 2011년 11월 매트리스 케어렌털 서비스를 시작으로 에어컨 살균세척서비스를 추가하며 토털홈케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전국적 홈닥터 모집에도 나섰다. 이는 정수기 보급률이 대도시 기준 60%를 넘어서고, 가전기업들의 참여로 급격히 레드오션화됐기 때문이다. 매트리스 관리는 사업 개시 1년 반 만에 관리 계정 13만여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내면서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연수기, 음식물처리기에 이어 6번째 대표 관리상품군에 포함됐다.

코웨이 관계자는 “코웨이의 렌털 마케팅은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대한 능동적 대처의 일환으로 개발된 것”이라며 “초기 구입 비용을 낮춘 후 전문가의 지속적인 점검과 관리를 받는 것이 편하고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동양매직 매각 원점으로, 2·3위 업체마다 `논란`

코웨이가 명실상부 1강이라면, 렌털시장 순위는 2위부터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웨이에 이어 가장 오랫동안 정수기 렌털사업을 벌인 청호나이스를 2위라고 보지만, 후발주자의 `뒷심`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교원그룹, 동양매직, 쿠쿠전자의 렌털사업 규모가 매년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업체별로 △총 매출 △렌털매출 △물마크(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 발급) △계정수 등을 다투며 2, 3위가 바뀌었다고 주장한다.

당초 교원의 동양매직 인수가 가시화되면서 렌털시장에서도 새 판이 짜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교원은 동양매직 인수로 렌털시장에서 청호나이스를 제치고 명실상부 2위를 노릴 수 있었다. 교원이 창립 30주년을 맞는 2015년까지 매출 3조원대 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은 동양매직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는 2020년까지 2조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호나이스의 비전과도 겹친다. 그러나 이마저도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유력매각협상자였던 KTB컨소시엄과 매각이 무산되고, 렌털시장도 다시 안갯속을 걷는 형국이다.

업계는 매각 대상으로 오른 동양매직의 가장 큰 장점으로 가스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중소형 가전 제조 노하우와 유통망 확대를 꼽았다. 동양매직은 지난 2008년 뒤늦게 렌털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홈쇼핑 집중 공략과 네트워크전문 판매점 전략으로 매출을 급성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 때문에 동양매직 인수 과정에서 귀뚜라미를 비롯해 현대백화점, KT렌털 등이 관심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은 계열사 현대H&S에서 정수기, 비데, 연수기 등 사업을 펼치고 있다.

렌털업계 관계자는 “불황기에 더욱 경쟁력을 보이는 렌털 사업이고, 업체 평균 20%를 넘는 성장세를 보이는 만큼 시장 자체의 성장가능성이 크다”며 “동양매직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재편의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 렌털 매출 성장세 추이(단위: 억원) 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 렌탈 매출은 월렌탈비+일시불 구매자의 멤버십 관리비로 구성

※ 시장점유율(출처: 코웨이 사업보고서)

① 정수기시장 : 코웨이 약 50%, 청호나이스 약 14%, 동양매직 약 7%

② 공기청정기시장 : 코웨이 약 41%, 삼성전자 약 13%, LG전자 약 11%

③ 비데시장 : 코웨이 약 43%, 노비타 약 23%, 동양매직 약 8%

④ 연수기시장 : 코웨이 약 66%, 청호 약 9%, 동양매직 약 8%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