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문화재단이 주 사업인 게임과몰입 예방·교육사업에 배정된 예산 5분의1도 제대로 쓰지 않았다. 기업이 낸 기부금 일정금액을 해당 기업이 지정한 사회공헌사업에만 쓰도록 제한하는 등 파행적인 운영도 드러났다.
강은희 의원(새누리당)은 게임문화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게임문화재단 기부금 출연 및 사업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반적인 부실운영이 확인됐다고 15일 밝혔다.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게임문화재단은 핵심 사업인 게임과몰입 예방·교육에 11억3000만원을 배정했으나 이의 17% 수준인 1억9000만원 지출하는데 그쳤다. 또 2012년 전체 예산 72억9000만원 중 90%인 65억원을 사업비로 배정했지만, 이 중 절반인 32억원만 지출하는 등 운영실적이 저조했다.
주요 게임사들이 사회공헌과 협회 지원금의 일부를 게임문화재단에 납부한 기부금에서 사용토록 한 것도 드러났다. 재단기부 실적과 사회공헌 실적을 동시에 올리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했다는 것이 강 의원 측 설명이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2012년 말까지 게임문화재단 총 사업비 79억원 중 기부금을 낸 기업의 사회공헌사업에 40%선인 31억5000만원을 집행했다. 특히 외국계 기업인 A사의 경우 전체 기부금의 100%, 대기업 계열인 B사는 45%를 자사가 지정한 사회공헌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기업은 게임문화재단 이사회와 별도로 `기부금 관리위원회`를 따로 구성해 재단의 사업계획과 사업방향을 결정하는 권한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기부금을 낸 기업의 이해에 맞는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등 재단이 중립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옛 한국게임산업협회)의 일개 부서로 전락했다고 강 의원은 비판했다.
게임문화재단은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회 전반에 게임문화에 대한 인식 개선과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범사회적 문화 운동으로 확산하기 위해 출범했다.
강은희 의원은 “게임문화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고 사업 실효성을 높여 한국게임문화재단이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문화부가 국고사업으로 진행하던 `게임문화사업` `과몰입 예방 및 상담 사업` 등을 재단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문화부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게임문화재단은 106억7000만원의 기부금을 모금했고 그동안 80억7000만원을 집행한 후 잔액이 26억여원 밖에 남지 않아 올해 재단사업을 파행적으로 운영 중이다. 올해 말에는 잔액이 2억원 정도 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기부금을 추가로 모금하지 않으면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하는 형편이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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