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99881233 상생통화 토론회...중소기업과 소통의 장 마련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15일 중소기업지원센터 오픈식을 개최한 뒤 기념촬영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15일 중소기업지원센터 오픈식을 개최한 뒤 기념촬영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원장 강대임)이 대덕 출연연에서는 가장 먼저 중소기업과의 소통을 선언하고 `99881233`을 캐치프레이즈로 내놨다.

`99881233`에서 `9988`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99%이고, 전체 근로자 중 88%가 중소기업 근로자에 해당하는 것을 의미한다. 나머지 `1233`은 헌법 제123조 3항에 나오는 `국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 의무`를 담고 있다.

표준연은 15일 연구원 행정동에서 김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과 김이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소기업지원센터 현판식에 이어 `99881233 상생통화(相生通話)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서는 연구자와 기업인이 주축이 돼 출연연의 산업지원 성과 사례를 발표하고 출연연과 중소기업의 역할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표준연은 KRISS 중소기업지원센터 개소식과 연구실 방문, 성과 전시회, 기술이전 설명회 등을 개최했다. 이 지원센터는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KRISS 측정 관련 인력·기술·장비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날 열린 상생통화 토론회에서는 이완식 전자신문 지역총국장의 사회로 강대임 KRISS 원장, 문유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최근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전국연구소장협의회장, 백문철 케이맥 소장, 김영휴 한국여성벤처협회 대전·충청 지회장, 조남훈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자문위원 등이 패널로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사회를 맡은 이완식 총국장은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를 넘어 4만달러까지 가기 위해서는 신성장동력이 필요하다”며 “그러한 동력 중 하나가 중소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조남훈 자문위원은 “선진국 도약을 위해 중소기업을 키우지 않고서는 어렵다. 히든챔피언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모두가 공감한다고 본다”며 “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금융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로 캐피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위원은 “2006년 만들어진 특구기술사업화펀드 청산이 올해”라며 “성과를 보니 800억원을 27개 업체에 투자해 8개 업체가 코스닥, 4개가 M&A, 1개가 LG에 흡수되고, 나머지 하나는 상장사에 인수됐다”고 설명했다.

최근수 전국연구소장협의회장은 지식의 재분배를 주장했다.

최 회장은 “지식의 편차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점점 벌어지고 있고 따라서 지식의 주체로서 출연연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개발된 지식을 묻어놔야 별 의미없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기술이전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조적인 지식집중의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 창출된 지식소비로 국민경제에 기여해야 한다”며 “출연연이 찾아가는 기술세일즈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기관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토론에 나선 김영휴 한국여성벤처협회 대전·충청지회장은 “출연연과 중소기업 간 서로 자주 만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며 “출연연이 밀집해 있는 대전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성공 케이스가 우선 발굴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창업을 해서 왜 표준이 필요한지 몰랐는데, 기준과 표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가 바로 1단계 도약단계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몇 번 출연연을 찾아갔는데 잡상인 취급을 당한 기억이 있고, 그 뒤로는 연구원 찾아가기가 두려웠다”는 말로 출연연 벽 허물기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 지회장은 또 “대전 지역에 있는 출연연을 대전에 있는 중소기업이 활용하지 못한다면 다른 지역에 있는 기업과의 연계도 힘들 것”이라며 “출연연과 대전 중소기업의 주기적인 만남으로 서로를 알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백문철 케이맥 연구소장은 ETRI서 근무하던 경험담을 토대로 “중소기업 지원제도가 100개도 넘는데, 그걸 아는 기업이 거의 없다”며 정부제도 활용을 주문했다.

백 소장은 또 “기술이전 때 기본기술료를 낮추고 로열티인 경상기술료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문유현 경기테크노파크 원장은 현장 경험을 토대로 조목조목 얘기를 풀어갔다.

“출연연이 기술 로드쇼 등을 함께 하는 건 어떤가. 또 전문가 활용 등의 방법으로 을의 입장에 있는 중소기업에 일부 예산을 지원한다면 기업을 활성화할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중앙정부는 역할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산학협력이라고 하면 공동연구, 기술이전, 기업현장 애로기술 지원, 고가 시험장비 대여, 전문인력 지원, 기업 인력에 대한 교육, 정보 제공·공유가 기업이 원하는 것이지만 출연연과는 갑과 을 관계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며 “둘의 관계가 동등해야 한다”고 기업이 처한 환경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정부가 출연연에 분명한 미션을 줘야 한다는 얘기도 꺼내놨다. 출연연이 중소기업 지원에 얼마나 비중을 많이 둘 것인지를 정부가 정해줘야 한다는 것. 이외에 출연연이 가지고 있는 기술이나 연구를 중소기업들이 관람할 수 있게 로드쇼를 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미국도 출연연이 가진 예산의 10%를 기술이전에 사용하도록 돼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문 원장은 “정부가 일부 예산을 중소기업이 활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물론 기업에 직접 줄 수는 없지만) 직접 대학교수나 연구 인력이 찾아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예산의 10%정도 만이라도 불특정기업의 `맞춤형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유진 미래창조과학부 사무관은 “중기지원통합센터 등은 더 활성화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며 “향후 11개 센터가 지역별로 더 개소할 예정이어서 중소기업 애로기술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평에 나선 강대임 원장은 “어떤 식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했는지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찾아가는 기술서비스와 잡상인 취급, 성공사례 만들어내는 일, 공급자 중심의 갑을관계 등등이 얘기됐다”며 “표준연은 다른 출연연과는 달리 담을 모두 없앴는데 마음을 열고 상생할 방안을 더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