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음향기기 업체, 빈약한 A/S 정책이 `진상 고객` 부른다

글로벌 소형음향기기 업체의 빈약한 애프터서비스(A/S) 정책에 소비자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A/S센터가 부족한 탓에 지방에 거주하는 소비자는 제품에 이상이 있어도 수리를 맡기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국내 지사를 설립한 업체가 적어 신속한 고객 대응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해외 소형음향기기 업체는 판매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전양판점, 오픈마켓 등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고 있어 체계적 고객 서비스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뱅앤올룹슨, 보스, 오디오테크니카, 자브라, JBL, 슈어 등 해외 소형 음향기기 업체는 서울, 부산 등 국내 대도시를 중심으로 총판 별 1~2개 A/S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것은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A/S센터 하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용은 물론이고 건물 임대비, 인건비 등 관리비용으로 월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며 “해외 업체가 자체 서비스망을 구축하기보다 국내 총판에 A/S를 위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각 업체는 지방 소비자에게 택배를 이용해 고장난 제품을 A/S 센터로 보내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A/S센터로 수리가 필요한 제품을 발송할 때 필요한 택배비용은 1년 무상 A/S 보증 기간 내에도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배송·수리 기간을 감안하면 평균 일주일 동안 제품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배송 비용도 부담해야하는 셈이다. 지방 소비자가 공식 A/S센터보다 1~2일 내 1만원 미만 비용으로 제품을 수리할 수 있는 사설 수리점을 찾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분별한 수리 요청을 예방하기 위해 보증 기간 내에도 소비자에게 택배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외 소형음향기기 업체의 A/S 정책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늘면서 애꿎은 국내 총판만 고객 대응에 애를 먹는다. 미국 업체 이어폰을 국내 시장에 유통하는 한 업체는 최근 고객의 새 제품 교환 요구에 골머리를 앓았다. 택배로 A/S를 요청한 고객에게 제품을 수리해 보냈지만 다른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며 새 제품으로 교환해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미지 훼손을 우려한 업체는 새 제품을 제공했다. 하지만 해당 고객은 다시 문제가 생겼다며 제품을 최초 구매한 백화점 매장에서 재교환을 요구하며 소란을 피웠다. 총판은 결국 또 한 번 새 제품을 제공했다.

업계 전문가는 “해외 브랜드 제품은 대부분 글로벌 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제공하는 A/S와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해외 업체는 국내 고객을 위해 A/S 정책 개선 노력이, 소비자는 제품 구매 전 A/S 정책을 숙지하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