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의 규제수위 논란이 환경부 국정감사 도마에 올랐다. 이날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화평법이 당초 법의 취지보다 규제 강도가 낮아진 점과 재계가 꾸준히 불만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15일 세종시에서 열린 환경부 국감에서 환노위 의원들은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에게 화평법과 관련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특히 야권 의원들로부터의 지적이 이어졌다. 화평법을 발의했던 심상정 의원(정의당)은 재계 대표들이 화평법에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하면서도 정작 환노위에 대해서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태도를 문제 삼았다. 또 유럽연합의 REACH 등 화평법보다 규제강도가 높은 외국 법 규범은 준수하면서도 화평법은 기업을 고사시킨다는 주장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환경부에 대해서도 정부부처가 산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여, 시행령을 통해 예외조항을 늘려가는 등 당초 법의 강도를 낮추고 있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위원들은 국감 시작과 함께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대응 실태 정책보고서를 배포했다. 홍영표·김경협·은수미·장하나·한명숙·한정애 위원은 공동자료를 통해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당시 인근 공장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이 불산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접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사고 당시 대기 중 화학물질 분석 방법의 적절성, 화학물질 사고 대응정보시스템 활용방법 개선, 주민 피해보상 부문에 문제점이 확인 됐지만, 정부 대응이 여전히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12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진실공방도 이어졌다. 장하나 의원(민주당)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인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현재 진행 중인 손해배상소송에 대해 언급했다. 현재 옥시는 피해자들의 폐손상이 가습기 살균제가 아니라 곰팡이나 황사 때문일 수 있다고 방어하고 있다.
장 의원은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강제회수하고 사용금지 조치를 내린 후 폐손상 사례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점을 명백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환노위 위원들은 가습기 살균제를 언급하면서 엄격한 화학물질 관리를 통해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계가 화평법에 동조하는 노력을 보여줄 것을 요구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