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를 지닌 제품의 공통 추세 중 하나를 꼽으라면 화면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이는 모니터와 TV 등의 제품만 살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전면 터치 화면을 채택한 스마트폰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초기 3인치였던 화면은 어느새 6인치 이상 제품까지 출시된 상태다. 이렇게 화면이 커지다 보니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합성어인 패블릿(pablet)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으며 펜을 활용한 제품도 등장한다.
펜을 활용한 제품의 선두주자는 삼성전자다. `갤럭시 노트` 시리즈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경쟁사인 LG전자와 팬택도 패블릿 제품을 선보이긴 했지만 지금껏 펜을 내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올해 내놓은 `LG 뷰3`와 `베가 시크릿노트`는 펜을 기본으로 품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본격적인 펜 활용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들 제품은 과연 어떤 차별성을 지니고 있는지 한번 살펴봤다.
김태우 이버즈 기자 TK@ebuzz.co.kr
◇스마트폰 펜 사용성 정립…삼성전자 `갤럭시 노트3`
삼성전자는 2011년 5.3인치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를 출시한다.
5인치 이상 스마트폰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 통설로 굳어지고 있던 때였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장에 가볍게 안착한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펜의 힘이 컸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 전용 펜인 `S펜`을 이용해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냄으로써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올 하반기 삼성전자는 세 번째 제품인 `갤럭시 노트3`를 발표한다. 핵심 기능인 S펜은 전작에 이어 또다시 한층 업그레이드해 사용성을 끌어 올렸다.
갤럭시 노트 이야기를 하면서 S펜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S펜은 액세서리 매장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터치 펜이 아니다. 디지털 펜을 만들어 오던 와콤의 기술을 도입했다.
노트에 메모할 때 S펜만 입력할 수 있게 설정할 수 있다. 손이 화면에 닿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다. S펜 몸체에는 버튼도 있다. 갤럭시 노트3는 이 버튼을 이용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 바로 `에어 커맨드`다.
에어 커맨드는 S펜을 갤럭시 노트3 화면 가까이 가져간 후 버튼을 누르면 이용할 수 있다. 어떤 화면에서도 다섯 개의 기능을 쓸 수 있는 메뉴가 뜬다. 각 기능을 살펴보면 `액션 메모(Action Memo)`는 S펜으로 이름과 전화번호를 메모한 후 연결 버튼을 누르면 통화를 하거나 주소록에 저장할 수 있게 해준다. 원하는 장소를 쓴 후 연결 버튼을 누르면 지도에서 바로 확인도 할 수 있다. 손으로 작성한 메모가 단순히 메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정보로 연결된다.
`스크랩북(Scrapbook)`은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한 곳에 수집해주는 기능이다. 스크랩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원하는 콘텐츠에서 S펜으로 원을 그리면 스크랩이 된다. `펜 윈도(Pen Window)`도 유용하다. 화면에 원하는 크기의 사각형을 그리면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불러올 수 있는 메뉴가 뜬다. 예를 들어 계산기가 필요하다면 펜 윈도우를 선택하고 사각형을 그린 후 계산기 앱을 선택하면 된다. 다중 작업을 간편하게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화면 전체를 캡처한 후 메모할 수 있는 `캡처 후 쓰기(Screen Write)`, 통합 검색 기능인 `S 파인더(Finder)` 등이 에어 커맨드에 포함돼 있다.
위에서 다중 작업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 부분을 좀 더 살펴보자.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2부터 `멀티 윈도` 기능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화면을 이용해 한 화면에 두 개의 앱을 띄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갤럭시 노트3에서는 이 기능을 보완해 드래그 앤드 드롭만으로 두 앱 사이에서 콘텐츠를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챗온으로 친구에게서 받은 사진을 다른 친구에게 보내려면 스마트폰에 저장한 후 다른 친구의 채팅 창을 열어야 했지만 갤럭시 노트3에서는 두 개의 챗온을 실행한 후 이미지를 한곳에서 다른 곳으로 끌어다 놓으면 된다.
외형은 갤럭시 S4를 따르고 있다. 화면만 5.7인치로 더 커졌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뒷면 커버가 가죽 양장본 같은 형태를 띠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 놓은 셈이다. 보기에는 가죽처럼 보이지만 재질은 플라스틱이다. 디스플레이 패널은 풀HD 슈퍼 AM OLED다. 1920×1080 해상도를 지원해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기에는 차고 넘친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퀄컴 스냅드래곤 800이 쓰였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라는 AP를 직접 만들고 있다. 주력 제품에는 엑시노스를 우선 채택하곤 했는데 갤럭시 노트3에는 퀄컴 칩이 쓰였다. 이는 LTE-A 지원 때문이다. 램(RAM)은 처음으로 3GB가 적용됐다.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답게 성능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출고가는 106만7000원이다.
◆갤럭시 노트3 스펙
크기 151.2×79.2×8.3㎜
무게 172g
네트워크 LTE-A
AP 2.3㎓ 쿼드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800
디스플레이 5.7인치 풀HD 슈퍼 AM OLED(1920×1080)
카메라 전면 200만·후면 1300만 화소
배터리 3200㎃h 착탈식
내장메모리 32GB
램 3GB
운용체계 안드로이드 4.3(젤리빈)
색상 클래식 화이트, 제트 블랙
◇이버즈 평점-4점
갤럭시 노트의 핵심 기능은 S펜이다. 삼성전자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새 모델을 출시할 때마다 S펜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이번 갤럭시 노트3에도 이런 부분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 에어 커맨드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스마트폰에서 자주 하던 작업을 S펜으로 한결 간편하게 할 수 있게 한다. 대화면과 펜 조합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100만원이 넘는 출고가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4대3의 화면비가 펜을 만났다…LG전자 `LG 뷰3`
삼성전자가 펜으로 무장한 갤럭시 노트로 패블릿 시장을 두드리고 있을 때 LG전자는 4대3이라는 화면비를 지닌 `옵티머스 뷰`를 대항마로 꺼내 들었다. 4대3은 태블릿PC에서 쓰이던 화면비로 휴대폰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태블릿PC 경험을 접목하겠다는 의도였다.
최근 LG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 브랜드 정책을 꺼내 들고 G 시리즈와 함께 뷰 시리즈에도 옵티머스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뷰 시리즈의 세 번째 모델인 `LG 뷰3`를 이통 3사에 출시한다. 4대3 화면비는 뷰3까지 이어져 오면서 하나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만의 패블릿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뷰3의 화면 크기는 5.2인치로 갤럭시 노트3보다 0.5인치 작다. 해상도는 HD급인 1280×960이다. 최근 스마트폰에 풀HD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다 보니 다소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인치당 픽셀 수(ppi)를 계산해 보면 307로 나쁘지 않다. 30㎝ 거리에서 인간의 눈이 픽셀을 인지하지 못하는 ppi가 300 정도기 때문에 선명한 화질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4대3 화면비는 안드로이드 제품에서 흔히 채택하는 16대9나 16대10의 와이드 화면보다 가로 폭이 넓어 한층 시원함을 준다. 동영상 시청 때 위아래에 검은 색 레터 박스가 생겨 단점으로 작용하긴 하지만 그 외의 콘텐츠에서는 와이드 화면보다 오히려 장점이 많다. 특히 웹사이트, 전자책 등 글을 읽을 때 가독성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작과 비교해 이번 제품에서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바로 펜의 내장이다. LG전자는 첫 번째 모델인 옵티머스 뷰에선 전용 펜을 제공하지 않았다. 두 번째 모델인 옵티머스 뷰2는 전용 펜인 러버듐 펜을 지원하긴 했지만 스마트폰에 내장한 것이 아니라 케이스에 휴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휴대에 불편함이 있었다. 세 번째 모델인 뷰3는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해 러버듐 펜을 제품에 내장할 수 있게 했다. 펜을 꺼내면 Q메모, 노트북, 캘린더 등 메모 관련 기능이 화면에 자동 정렬돼 빠르게 실행할 수 있다.
뷰3에서 펜을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능은 Q메모다. Q메모는 현재 화면을 캡처해 그 위에 펜으로 메모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다. 빠르게 메모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Q메모는 옵티머스 뷰 때부터 있던 기능으로 펜이 없더라도 손가락으로 메모할 수 있다. 러버듐 펜을 잃어버리더라도 시중에서 터치 펜을 구해 쓰면 된다.
외형은 `LG G2`와 닮은꼴이다. LG전자는 G프로 때부터 곡선을 제품이 도입하기 시작하는데 G2에 이어 뷰3까지 곡선을 적용했다. G2에서는 곡선이 나쁘지 않았는데 가로 폭이 넓은 4대3 화면비의 뷰3에서는 좀 못나 보인다. 전작의 각진 네모 스타일을 쭉 추구해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텐데 개성이 사라진 것 같아 다소 아쉽다.
하드웨어는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그동안 뷰 시리즈는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LG전자 주력 모델과 비교해 약간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다. 성능에서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 것이다. 하지만 뷰3에서는 이런 점을 찾을 수 없다.
AP는 갤럭시 노트3와 동일한 퀄컴 스냅드래곤 800을 채택했으며 램 또한 2GB를 썼다. G2에 처음 도입한 24비트 하이파이 오디오, 1300만 화소 카메라 등 타사 프리미엄 제품과 경쟁하기에 충분한 하드웨어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출고가는 89만9800원으로 다소 낮게 책정됐다.
◆LG 뷰3 스펙
크기 132.1×85.6×9.4㎜
무게 161g
네트워크 LTE-A
AP 2.3㎓ 쿼드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800
디스플레이 5.2인치 HD+ IPS 디스플레이(1280×960)
카메라 전면 200만·후면 1300만 화소
배터리 2610㎃h 착탈식
내장메모리 16GB
램 2GB
운용체계 안드로이드 4.2.2 젤리빈
색상 화이트, 인디고 블랙, 민트
◇이버즈 평점-4점
LG 뷰3는 펜의 활용성 측면에서 갤럭시 노트3보다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펜은 보조 입력 수단의 하나일 뿐이다. 그 대신 4대3이라는 독특한 화면비로 타 스마트폰이 주지 못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인쇄물과 동일한 화면비로 가독성에서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뷰3의 진정한 무기는 가격이다. 갤럭시 노트3보다 16만원 이상 낮은 출고가가 소비자의 마음을 훔치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펜은 기본, 지문 인식으로 보안성 높였다…팬택 `베가 시크릿노트`
한때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바라보던 팬택이었지만 현재는 수렁에 빠져 있다. 팬택 뒤에 위기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뒤따르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팬택은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다. 바로 `베가 시크릿노트`다.
팬택이 베가 시크릿노트에 거는 기대는 이전 제품과 비교하면 무게감이 다르다. 제품 출시회에서 팬택 측이 밝힌 국민의 1%만이라도 써주면 좋겠다는 소박한 목표가 이를 대변해 주고 있으며 절실함이 느껴진다. 그런 탓일까. 이번 제품은 펜이라는 시장 요구를 반영함과 동시에 지문 인식이라는 특화된 기능을 더욱 갈고닦았다.
먼저 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베가 시크릿노트는 팬택이 처음으로 펜을 도입한 제품이다. 펜은 `V펜`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미 패블릿 제품을 출시한 바 있지만 펜 도입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화면과 펜은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조합이다. 성과를 낼 필요가 있는 팬택으로서는 이를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베가 시크릿노트에서 V펜은 크게 부각되는 부분이 아니다. V펜을 뽑으면 미니 V노트, 텍스트 액션 등 펜과 관련된 앱을 비롯해 사용자가 미리 지정한 앱을 띄워 빠르게 실행할 수 있기는 하지만 특화된 부분이 없다. 덤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특별한 기술이 들어간 것이 아닌 LG 뷰3처럼 일반 터치 펜을 쓰고 있다. 펜이 내장돼 있어 터치 외 추가 입력 장치를 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사실 베가 시크릿노트에서 눈길을 끄는 기능은 `노트`가 아닌 `시크릿`이다.
팬택은 국내 제조사 중 유일하게 지문인식을 스마트폰에 도입한 회사다. 베가 시크릿노트는 지문인식 기능을 적용한 두 번째 모델로 후면에 위치한 시크릿 키의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단순한 보안 차원을 넘어 사생활 보호에 적합하게끔 적용 범위를 넓힌 것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새롭게 추가된 `시크릿 박스`와 `시크릿 전화부`다.
지문인식을 활용한 시크릿은 앱 숨김이 기본이다. 지문인식을 했을 때만 특정 앱이 보이는 기능이다. 지문인식률은 무척 좋다. 추가된 시크릿 박스는 비밀 서랍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시크릿 박스에 담아 다른 이의 접근을 막아준다. 지문, 패턴, 비밀번호 등 사용자가 지정한 잠금방식으로 해제해야 확인할 수 있다. 보이고 싶지 않은 사진이나 시크릿 박스의 수첩 기능을 이용해 금융 정보나 로그인 정보 등 개인 정보와 관련된 중요한 내용을 숨겨 놓을 수 있다.
시크릿 전화부는 이름만으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기능이다. 단순히 연락처만 숨겨 주는 것이 아닌 해당 연락처와 주고받은 메시지 및 통화내역까지 모두 숨김 처리된다. 지문인증으로만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시크릿 전화부에 등록된 연락처로부터 전화가 오면 발신자 이름도 숨길 수 있으며 부재 전화나 메시지 수신 알림 아이콘을 사용자가 원하는 아이콘으로 바꿀 수 있다.
화면 크기는 5.9인치로 셋 중 가장 크다. 해상도는 풀HD로 1920×1080을 지원한다. 외형은 무난한 편이며 후면 시크릿 키는 전작보다 제품에 잘 녹여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소프트 키의 고집을 버리고 하드웨어 홈 버튼을 오랜만에 채택했다는 점이다.
하드웨어는 갤럭시 노트3와 거의 동일하다. 퀄컴 스냅드래곤 800, 3GB 램뿐만 아니라 배터리 용량, 카메라 화소 등도 최상으로 맞췄다. 이 때문인지 출고가가 99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베가 시크릿노트 스펙
크기 159.4×81.5×8.85㎜
무게 190g
네트워크 LTE-A
AP 2.3㎓ 쿼드코어 퀄컴 스냅드래곤 800
디스플레이 5.9인치 풀HD 내추럴 IPS 프로(1920×1080)
카메라 전면 200만·후면 1300만 화소
배터리 3200㎃h 착탈식
내장메모리 32GB
램 3GB
운용체계 안드로이드 4.2.2(젤리빈)
색상 화이트, 블랙
◇이버즈 평점-3.5점
베가 시크릿노트는 펜의 특성보다 지문인식을 활용한 보안 기능에 더 눈길이 가는 제품이다. 현재 시장에 지문인식을 채택해 판매되고 있는 제품은 아이폰5S와 함께 베가 시크릿노트가 유일하다. 지문인식률 또한 상당한 수준이다. 펜 활용에 대해선 좀 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출고가다. 99만9000원으로 다소 높다. 소정의 성과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인데 국민 1%도 사기 쉽지 않은 가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