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미래모임]스마트그리드의 현안과 미래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

-김형준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표준연구센터장

-문경섭 전력거래소 스마트그리드 팀장

-이재호 한국정보화진흥원 모바일서비스부장

사회=신상철 미래모임 회장(NIPA 스마트러닝산업지원센터장)

전력산업과 ICT가 만나 국가단위의 에너지체계를 효율화 시키는 스마트그리드(지능형전력망)가 산업 전반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2035년까지 발전설비용량에서 원전 비중을 당초 설정한 41%에서 22∼29%로 대폭 낮추기로 한데다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발전소 건설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 전력체계는 전력을 생산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 16일 서울 삼정호텔에서 가진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미래모임)`에서는 국가 에너지 산업 전반의 정책을 맡고 있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부의 에너지산업 정책을 산업계가 이해하고 나갈 방향과 개선점을 모색하는데 다양한 의견들이 모아졌다.

◇스마트그리드 활성화가 어려운 시장 구조

전력수급 안정화 등 국가 전력망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2009년부터 스마트그리드가 추진 중이지만 민간주도의 시장은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전력 송배전과 판매를 단일 전력회사가 독점하는 국내 시장상황에서는 시장 창출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전력, 가스 등의 에너지원별 판매시장을 구분하는 것도 에너지 수요공급 최적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산업정책관(국장) “관련업계가 스마트그리드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전력산업 구조개편의 중단과 전력의 송배전과 판매를 한전이 독점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게 어려운 걸 꼽는다”며 “전력·가스 등의 에너지 사업자가 달라 통합검침이 어려워 스마트그리드의 최적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시장균형을 맞출 방침이다. 정 국장은 “전력 판매시장의 경쟁도입은 장기 과제로 하면서 단기적으로 전력재판매 등 제도적 개선을 통해 합리적인 경쟁을 유도할 방침”이며 “전력 발전사에 경우 민간에게 개방했지만 최근 수익성의 이유로 사업권을 내놓은 기업이 생겨나는 만큼 전력판매부문의 민영화 문제는 보다 신중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르면 연말까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력산업구조개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도 대폭 개선해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를 적극 유도할 방침이다. 정 국장은 “스마트그리드 참여기업이 이익을 창출해야하는데 전기요금이 워낙 저렴하다 보니 전기를 아껴 사용하거나 전력 부하를 이전시키더라도 이에 상응한 투자나 이윤이 발생하지 않은 현실이다”며 “원가이하로 전기를 판매하다보니 소비 자체가 효율성이 떨어지고 있어 요금 현실화와 연료비연동제 같은 시급하게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전압별요금제에서 전력품질에 따른 요금 제도까지 도입을 고려중이며 우선 계시별요금제에서 실시간요금제를 보다 세부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전기요금 현실화를 위해 가격을 높이는 방안과 더불어 합리적인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정 국장은 “2004년 이후 개정이 없었던 가정용 누진제의 경우 과거의 비해 수용가의 소비패턴이 많이 달라져 일부 요금폭탄을 맞는 비합리적인 면이 있었다”며 “산업용도 고압과 저압을 분류하고 사용패턴에 따라 피크부하를 경부하로 옮길 수 있는 다양한 선택형 요금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확산사업을 통한 제2의 도약

정부는 스마트그리드 시장 환경 조성을 위해 전기사업법 계정을 통해 전력재판매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 시장 창출에 돌파구가 될 전망이다. 확산 사업은 제주 실증단지에서 검증된 사업을 상용화시키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거점지구사업`을 `확산사업`으로 명칭을 바꾸고 당초 지역을 선정하는 방식을 탈피해 기업의 자유로운 사업 제안에 의존하면서 시장 창출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

정 국장은 “지역 개발이 아닌 전국 확산을 위한 구심점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적용하도록 할 것”이라며 “제주 실증사업에서 스마트그리드의 다양한 모델이 검증된 만큼 확산사업으로 전력판매나 지능형수요관리(DR) 등 민간 서비스 사업자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사업 분야도 △지능형 전력망 △지능형 소비자 △지능형 운송 △지능형 신재생 등에 제한하지 않고 기업 자율에 맡길 예정이다. 정부는 이달 중 3~4개의 예비사업자(컨소시엄)를 선정하고 이들의 사업 제안에 따라 예비타당성 조사를 실시한 후 컨소시엄 별로 약 500억원의 예산을 배정할 방침이다. 실제 구축 사업은 2015년부터 3년간 운영된다.

정부의 확산 사업을 통해 ICT를 활용한 에너지 수요관리 방안을 골자로 전력난을 극복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다. 매년 이어지는 동·하계 전력난을 IT와 에너지를 융합해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전력 수요관리 사업을 활성화 시켜 서비스 사업자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

정 국장은 “수요관리에는 원격검침인프라(AMI) 안정적인 구축이 관건”이라며 “한전의 2200만 수용가와 민수 1000만 가구 등 총 3000만 수용가에 대해 2020년까지 AMI구축을 완료할 수 있도록 사업자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AMI로 부터 얻은 수용가의 빅데이터를 한전만 관리하는 게 아니라, 부가서비스를 가능하도록 제3의 중립기관이 관리센터를 구축해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스마트그리드 활성화를 위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사업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정 국장은 “전력 다소비 수용가에 ESS를 적용해서 전력이 싼 시간대 전력을 저장했다가 활용하거나, 피크부하를 감축하도록 관련법 제정에 힘쓸 것”이라며 “비상발전기를 ESS로 전환시키면서 에너지관리스템(EMS)를 보다 활성화 시켜 수요관리 서비스 기업들의 시장 참여를 유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사업자들이 절감시킨 전력 수요자원을 시장에서 발전량과 동일하게 거래되도록 관련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요금 현실화부터 해결해야

미래모임에서는 스마트그리드가 일반 가정 등의 수용가와 보다 밀접한 전력체계로 구성되는 만큼 수용가 입장에서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김성수 서오텔레콤 사장은 “스마트그리드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의 문제인데 고가의 ESS나 전기요금 현실화를 하지 못해 시장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에 정 국장은 “ESS의 수명이나 배터리 가격을 고려하면 경제적 측면에서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기술고도화와 보급 활성화 정책으로 이 같은 문제는 서서히 해결 될 것”이라며 “ESS는 전력을 저장해 사용하는 것 이외에 전력망의 주파수 안정화나 신재생에너지원 활용 등 잠재적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기요금 현실화에 대해 정 국장은 “전기요금을 원가이상으로 무조건 올리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이해를 먼저 구해야 하기 때문에 합리적인 명분과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소를 실제 수요자와 먼 거리에 있어 송배전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들어갔지만 앞으로는 수요자와 인접한 곳에 분산형 발전소를 운영해 전기요금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요금 고지서나 수용가의 소비정보를 통해 수요를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오재철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수용가의 전력 사용정보가 발전이나 판매사업자에게만 활용될 뿐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는 전기요금고지서가 고작”이라며 “전기요금이 오를 경우 일반 가정에서도 소비 패턴이나 사용 실적을 알고 싶기도 하고 이를 활용하면 사용 절감까지 유도할 수 있는데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김진 산업부 스마트그리드 팀장은 “국내 스마트그리드는 IT와 전력산업이 만나 융합으로 옷을 갈아입는 과정이다”며 “스마트폰 생활화가 점차 확산되면서 자신의 데이터 사용정보를 체크하는 소비층이 늘어난 것처럼 수용가의 전력사용 정보도 인프라 확충에 따라 다양한 공유가 이뤄질 것이며 정부도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양방향 통신이 이뤄지는 AMI 구축에 따른 정보보호 문제도 제기됐다. 스마트그리드를 수출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만큼 정부의 확산사업에 보안성 평가를 다뤄야 한다는 의견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