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SW정책연구소 설립 논란

SW정책연구소 설립 적합성 논란

정부가 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 설립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조직 운영과 역할을 놓고 `독립성·전문성` 논란이 거세다. 특히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산하 부설 기관으로 출범된다는 발표에 벌써부터 `생색내기용` 정책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는 올 상반기까지 정부가 SW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전담 연구소를 만드는 데 대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최근 실행 계획안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SW 업계 한 관계자는 “장밋빛 정책보다는 사실상 실행력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정책 취지를 잘 살리기 위해선 지금이라도 SW정책연구소가 제대로 된 조직으로 출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슈분석]SW정책연구소 설립 논란

◇NIPA 산하 부설기관, 적합한가

정부는 우선 SW정책연구소를 NIPA의 부설 연구소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연구소 인력은 NIPA 내 기존 정책연구팀을 주축으로 9명이 구성됐다. 연구소장까지 합쳐 총 15명으로 시작할 방침이다.

현재 NIPA에선 SW정책연구소장 선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이번 주 최종 선정해 오는 28일 개소식을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일정이 연기됐다

미래부 관계자는 “기존 SW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또 향후 추진할 SW정책 방향에 대해 정부와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우선 NIPA 산하 조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내년에는 전문 인력 9명을 추가로 늘려 24명 수준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완전히 독립된 기구로 출범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독립된 기관으로 추진하긴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있다는 데 일정부문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된 기관을 두지 않더라도 NIPA 산하에 두는 것이 적합한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전문성 측면에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정보화진흥원 등 유사 정책 연구를 하는 기관들이 많은데 왜 NIPA를 선택했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며 “NIPA는 정책 연구기관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정책 관련 세부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연구소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설립준비위원회`부터 가동해야

전문가들은 어렵게 SW정책연구소 설립이 결정된 만큼, 가능한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우선 SW정책연구소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부터 먼저 가동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연구소의 역할을 어느 범위까지 해야 할지, 조직 운영은 단계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 현실적인 대안을 다각도로 검토해본 뒤 추진해도 늦지 않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립 공청회 등을 거쳐 업계와 국민적 합의를 거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고민 없이 섣불리 만들었다간 실효성 논란에 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싱크탱크` 역할 해야

정부가 구상하는 SW정책연구소의 역할은 크게 4가지다. △공급자 입장에서의 SW 산업 활성화 △수요자 입장에서의 SW 융합 촉진 △SW 신사업 발굴과 미래 먹거리 창출 △정보 동향 분석(통계 분석) 등이다.

NIPA측 관계자는 “아직 연구소장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 단정하긴 힘들다”며 “단순한 연구 차원이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SW 부문의 정책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SW정책연구소는 무엇보다 `연구소` 다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존 정책이 초점을 두고 있는 새로운 사업 발굴과 SW 융합 촉진 등의 세부 과제를 떠맡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김진형 KAIST 교수는 “정책연구소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곳이어야 한다”며 “사회 전반의 문제를 SW로 해결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정부의 정책집행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신선한 정책들을 쏟아낼 수 있는 `싱크탱크`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W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업계가 이구동성으로 주창하는 `건전한 SW생태계 구축`에도 앞장서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단편적인 현상에만 집착한 근시안적 처방 차원의 해결책이 아닌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SW정책연구소의 `전문성`을 요하는 주된 이유다.

예를 들어 정부기관의 단순 유지보수요율 인상이 아닌 통합유지보수 사업에 따른 구조적인 폐해를 없앨 수 있는 정책 연구에 초점을 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가령 SW인력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근본 원인은 결국 SW관련 직업이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이 IT 관련 직종을 꺼리는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장기적인 해결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래기술을 예측·분석하는 역할도 요구된다. 해외에서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춰 국가 SW 전략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준 독립기구로 운영돼야

업계는 정부가 SW정책연구소를 NIPA 산하 조직으로 둘 수밖에 없다면 준 독립적인 기구로라도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물리적인 조직만 NIPA 산하에 두고 인사권, 예산 등은 별도의 이사회를 통해 결정되도록 하는 구조다.

연구소장을 NIPA 원장이 임명하는 현 구조에서는 SW정책연구소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산의 독립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부는 SW가 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정부부처 보다 상위 조직에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모든 산업분야에서 SW가 활발하게 연구될 수 있도록 SW정책연구소가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배경에서다.

국산 SW 기업의 한 대표는 “SW정책연구소가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사실상 집행 기관보다 상위 조직으로 만들어져야 가능한 일”이라며 “초기엔 힘들더라도 향후에는 총리실이나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격상하는 등 독립적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는 위치에서 운영되도록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