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정품 액세서리가 아닌 일반 제품을 사용하면 무선충전이나 커버를 닫고 전화를 수·발신할 수 있는 기능 등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3용 액세서리부터 정품 인식칩을 탑재해 정품이 아니면 일부 기능이 작동되지 않도록 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신수종사업으로 뛰어든 액세서리 시장에서 본격 시동을 걸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 액세서리사업부와 협력사에 정품 인식칩을 배포하고 기본 장착하도록 했다.
케이스·무선충전패드 등에 부착된 칩에 고유 아이디를 부여해 스마트폰이 정품인지를 인식하고 정품이 아니면 그 기능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아이패드용 충전 케이블을 기존 30핀에서 8핀으로 바꾸면서 인식칩을 내장해 정품 구매를 유도한 바 있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정품 정책을 내세운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신뢰성 때문이다. 액세서리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 오작동 논란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스마트폰 시장 지배력을 앞세워 부가가치가 높은 액세서리 사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사전 포석인 셈이다. 올 초 신설한 자사 액세서리 사업부를 지원하는 동시에 폐쇄성을 강화해 충성 고객의 구매를 늘리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최근 세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떨어지는 수익성을 액세서리 사업으로 만회할 수 있다. 애플과 프리미엄 시장을 양분하면서 충성 고객도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기본 제공하던 배터리를 2개에서 1개로 줄이고 이어폰도 번들 패키지에서 빼는 등 액세서리 판매를 위한 다양한 방법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자체 제작품과 더불어 소수 협력사에 물량을 몰아주면서 생산 원가도 낮추고 협력사 진입을 원하는 업체들 간 기술 경쟁도 유도할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유통도 직접 관장함으로써 유통 이윤도 기대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전략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케이스·충전기 등을 판매하던 중소 액세서리 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협력사에 진입하지 못하면 아예 제조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액세서리 판매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정품 액세서리는 일반 제품에 비해 1.5~2배가량 가격이 비싸다. 한 중소 액세서리업체 대표는 “삼성전자의 정품 인식칩 탑재로 중소기업의 상권인 액세서리 시장 생태계가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비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스마트폰용 액세서리 시장은 국내에서만 약 1조6776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무선충전 시장까지 열리면 패드·케이스·배터리 등을 포함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