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새가 비행하는 모습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재현해내 사실적 묘사가 필요한 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활용될 전망이다.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이제희 교수 연구팀(제1저자 주은정 박사), 한국과학기술원(KAIST) 노준용 교수 연구팀, 광운대 최민규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새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조류의 비행모델과 제어기술을 개발했다고 미래창조과학부가 23일 밝혔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실제 새(비둘기) 마커를 붙인 모습](https://img.etnews.com/photonews/1310/490068_20131023162255_378_0001.jpg)
최근 학계서는 동물의 움직임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이나 로봇으로 재현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나 조류는 생체구조가 복잡하고 깃털의 공기역학적 특성까지 반영하려면 역학이론과 제어기술이 필요해 난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성격이 온순한 염주비둘기에 마커를 부착한 뒤 총 28대의 광학기반 캡처 카메라를 동원해 새의 뼈대가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궤적을 모션 캡처로 확보했다. 깃털의 움직임을 촬영하기 위해서 초고속 카메라를 이용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의 골격과 깃털을 정교하게 리모델링해 가상환경의 새를 만들었다.
특히 날개를 아래로 저을 때는 막을 형성해 부력을 극대화하고, 위로 저을 때는 깃털이 서로 벌어져 회전하며 공기가 깃털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정교한 모델링과 시뮬레이션을 통해 사실적으로 재현했다. 아울러 촬영으로 관찰하지 못한 비행동작을 추측해 자동으로 처리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러한 시뮬레이션 결과에 실제 새와 비슷한 형태의 캐릭터 모델만 적용하면 마치 실제 새가 날아가는 것과 같은 3D 영상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하면 가상의 새가 자유롭게 방향을 조정하며 하늘을 날 수 있도록 조정할 수 있어 영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고품질의 콘텐츠 제작할 때 유용할 전망이다.
또 실제 새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가 움직이는 원리를 파악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이미 멸종된 시조새가 어떻게 하늘을 날았는지 유추하는 데도 사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 학술지 `ACM 트랜잭션스 온 그래픽스`(ACM Transactions on Graphics) 9월호에 소개됐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