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매니아` 독일 메르켈 총리도 美에 도청당해

미국 정보기관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 전화를 도청해 왔다고 메르켈 총리의 대변인이 24일 밝혔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성명에서 “총리가 이 문제에 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했다”며 “그런 행위는 있어서 안되는 일이며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또 “독일과 미국은 친구이자 파트너로서 서로 정부 최고 지도자의 대화를 엿듣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신뢰를 깨는 일”이라 덧붙였다. 또 “당장 모든 감시활동을 멈춰 달라”며 “독일에 대한 미국의 감시 규모도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과거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메르켈 총리와의 통화에서 “현재는 휴대전화를 엿듣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청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오바마 대통령의 독일 방문시 대담에서 메르켈 총리는 독일 시민들에 대한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감시 활동에 대한 불쾌함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 정보기관이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과 이에 따른 독일의 강경한 항의는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 온라인을 통해 나왔다.

슈피겔 보도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지난 수 년간 감시 대상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문자 메시지 애호가로 유명하며 의회나 길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체크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된 바 있다.

슈피겔은 앞서 지난 7~8월에 걸쳐 미국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내용을 게재했다. 매체는 연방정보국(BND)을 비롯한 독일 당국이 미국과 정면 충돌하는 것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